신문로

‘만사혐중(萬事嫌中)’ 어떻게 퇴치할 것인가

2025-09-25 13:00:21 게재

사람 사는 세상에서 혐오를 좋아하는 사람, 열광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있다’이다. ‘혐오’를 요즘 유행하는 챗GPT에서 물어보았다. “한국어로 ‘강하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이 단어는 종종 사회적 맥락에서 특정 대상(사람 집단 행동 등)에 대한 편견 차별, 또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라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다시 혐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 가운데 극단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만사혐중(萬事嫌中)’에 가까운 언행, 즉 모든 일에 중국(인)이 관련 있는 것처럼 끼워팔기를 하는 것이다. 자칭 ‘민초결사대’ 등은 지난 6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내건 ‘때려잡자 공산당’과 ‘천멸중공(하늘이 공산당을 멸하리라)’ 포스터를 보면 1960~1970년대 반공을 국시 내걸었던 박정희 시대가 절로 떠오른다.

2000년대 일본에서는 한국과 한국인을 혐오하는 혐한(嫌韓)시위가 기승을 부린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 배용준 주연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혐한을 기치로 내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란 일본 극우 시민단체가 2007년 발족했다. 그 뒤 재특회를 중심으로 폭력적 혐한시위가 이어졌다. 있지도 않은 재일 특권 운운하는 것과 있지도 않은 중국인 특권 주장은 많이 닮았다.

마침내 2019년 일본 법원은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조선인학교 반경 200m 안에서 집회금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2021년 재일동포들이 모여 사는 우토로마을을 방화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방화범은 끝내 반성하지 않았다. 한국의 혐중 집단은 재특회를 지지하는 것인가?

혐오는 공동체 존립 막는 반국가적 몰가치

혐오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쟁이나 대재난 때 혐오가 판을 쳤다. 다른 민족이나 인종, 다른 종교와 이념을 지닌 사람, 사회적 약자나 감염병 환자에 대한 혐오라는 악령이 깃든 이들은 이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넘어 테러 살인 집단학살을 저질렀다. 중세 흑사병 시대 마녀사냥과 유대인 학살, 십자군 전쟁 때 유대인과 무슬림에 대한 십자군의 잔혹한 학살, 아프리카에서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는 타 종족 학살, 독재국가에서 자행됐던 민주시민 학살, 히틀러의 유대인 집단 학살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다.

감염병 대유행, 즉 팬데믹 시기에도 혐오가 기승을 부렸다. 아직도 유행이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혐오가 싹터 바이러스와 함께 곳곳으로 전파됐다. 미국과 한국이 대표적인 혐오 바이러스 감염국가였다.

미국은 당시 트럼프가 혐오를 부추겼으며 그 지지자들이 이를 믿었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의 한 연구소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퍼진 ‘쿵푸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보수 일간지를 포함한 극우매체가 우한 바이러스, 우한 폐렴 등의 이름을 한동안 계속 사용해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그 가치 지향을 위해 혐오를 부추기고 거짓을 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면 안된다. 혐오행위는 결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니다. 공동체 존립과 국가 발전을 심각하게 가로막는 반국가적 몰가치다.

수그러들지 않고 날이 갈수록 진화하며 극단적 언어폭력을 일삼으면서 기세를 올리는 일부 극우 보수 집단의 중국 혐오행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할 것인가?

국민의 삶 자체가 더욱 피폐해질 것

정치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이른 시일 안에 찾아야 한다. 북한을 북괴로, 중국을 중공으로 부르는 반세기 전 사고에 젖은 이들의 행태를 바로잡기가 물론 쉽지는 않을 터이다. 그동안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서도 애국 결단으로 포장하고 이를 믿는 집단이 여전히 견고하게 우리 사회에서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혐오는 어느덧 극우 집단의 놀이 문화처럼 변질했다. 그 악의 뿌리를 하루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경제와 외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갈등과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국민의 삶 자체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안종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