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통상환경, 무역질서 재편과 산업별 영향 ② 이차전지

공급망 장악한 중국, 시장점유율 39%로 한국에 역전

2025-09-25 13:00:51 게재

원가경쟁력 앞세워 실적 격차 확대

보조금 폐지에 따른 수요 둔화 악재

코스피 상승에도 7~12% 하락 속출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 전 부문을 장악한 중국 배터리 기업과 한국 기업의 실적 격차가 확대됐다. 배터리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조달한 중국은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한국을 역전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친환경차 소비자 구매보조금(세제혜택) 지급이 중단됨에 따른 수요 둔화 악재를 앞두고 있다. 이에 9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사상최고치 랠리를 지속했지만 배터리 업종에서는 7~12% 가량 하락하는 종목들이 속출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리튬 가격 하락 영향 =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종가 34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달 25일 종가보다 8.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7.22% 하락했다. 소재 업체들의 하락 폭은 더 크다. 리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홀딩스와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같은 기간 각각 9.64%, 12.41% 내렸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12.59%)다. LG화학은 2.22% 하락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위축과 리튬 가격 하락이 주가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의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세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시장점유율 역전당해 =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외 지역에서 중국법인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9%다. 이는 2022년 26% 대비 13%p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은 54%에서 38%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중국 외 지역 점유율은 처음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역전당했다.

가격 경쟁력과 제품 다각화 수준 모두 부족한 데다가 수요-공급 지역 간 매칭 전략도 미흡했단 분석이다. 중국업체가 유럽 시장에서도 삼원계 배터리 판매를 확대하면서 존재감을 키워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4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시점을 앞당겨 올해 9월 30일까지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는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GM과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감산을 계획 중이며, 현대차·기아는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는 확실시되고 있지만, 소재 업체들의 단기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지금 공장을 지어도 몇 년이 걸리지만, 투자여력도 부족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상반기 말 유동자산이 3000억원 감소했고, 이중 대부분이 현금성자산에서 축소됐다. 또 단기차입금도 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단기차입금이 2500억원 가량 늘어나면 투자를 늘리는 데 부담인 상황이며, 엘앤에프는 재무상황은 더 악화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LFP 법인을 국내에 설립하며 역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

김영훈 한신평 연구원은 “배터리셀 업체들도 관세의 간접적 영향을 받으며, 이익 완충력이 낮아 소재 업체들에 대한 판가 인하 압력도 커질 것”이라며 “생산시설 투자 기간,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원가 30~40% 더 낮아 =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다각화된 해외 생산 기반과 합작투자(JV)기반 수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에 비해 밸류체인 통합도가 낮고 LFP 등 저원가 배터리 경쟁력이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은 고율관세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자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중소형(B세그먼트) 전기차 판매 증가로 LFP 등 저원가 배터리 채용률이 높아졌으며, 한국 기업들은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만 납품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저하되는 모습이다.

중국 내 배터리 제조원가는 타 지역 대비 30~40%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갖춘 데에는 이차전지 공급망 전 부문을 장악한 게 주효했다. 특히 주요 핵심광물의 제련 및 정제 역량을 육성해 글로벌 공급망의 허리 부분을 장악, 배터리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한 영향이다. 일례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시장은 중국업체가 사실상 독점(점유율 100%)하고 있으며, 음극재 전체 시장 98%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외부자금 조달 확대 …신용위험 높아져 = 원가경쟁력이 우수한 중국 기업들이 내수 공급과잉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문제는 올해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면서 외부자금 조달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대규모 계열집단 내 배터리 회사들은 재무 부담을 통제하기 위해 자본성 자금조달 위주로 외부자금조달을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포함)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4조3000억원. 영구채 발행 7000억원원 등을 포함한 총 8조원의 자본확충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삼성SDI도 1조6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1000억원을 확대했다.

반면, 대규모 계열집단에 속하지 않은 배터리 소재 회사들은 대체로 채무성 자금조달 형태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채무부담이 크게 높아졌으며, 대기업 계열이 아닌 경우 자본성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 시, 적시에 자기자본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신용도 부담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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