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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약산업, 내수와 글로벌 이중엔진에 시동을 걸다

2025-09-26 13:00:30 게재

최근 몇달 간 중국 제약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갈팡질팡이었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규제리스크와 미국 수출제한 이슈로 당분간 회피”라는 시선이 존재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매수 가능하다”는 컨트래리언(Contrarian) 전략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흑백 논리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기의 본질을 읽는 시야다. 2025년 현재 중국의 제약산업은 ‘국내 시장’과 ‘글로벌 기술이전’이라는 이중엔진 기반의 전략 리빌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들도 일제히 주목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기술수출(Out licensing)의 급증,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P 1) 계열 약물 경쟁 본격화, H주와 A주 간 밸류에이션 리밸런싱, 그리고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 시프트다.

‘중국산 신약’의 글로벌 가치 상승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제약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거래 중 32%가 중국 자산 관련 계약이었다. 이는 불과 2년 전 21% 수준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이 수치는 하나의 팩트를 말한다.

중국 제약기업들은 단순한 내수 소비시장을 넘어 글로벌 파이프라인 수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이노벤트 바이오(Innovent), 아케소(Akeso),아이 맵(I Mab), 레메젠(RemeGen) 등은 미국·유럽 바이오텍과의 공동개발 계약 및 식품의약국(FDA) 승인 경로 진입이 활발하다.

이제는 더 이상 ‘로컬 제약사’가 아닌, 글로벌 어젠다를 설계하는 기술 수출자(Export-driven Pipeline Player)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 리스크? 오히려 리밸런싱의 기회

물론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특히 미국이 향후 중국산 의약품에 대해 임상시험 데이터의 상호인증 폐지, 수입제한, 심지어 미국예탁증서(ADR) 상장 폐지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일부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오히려 선별적 기업 가치평가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규제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글로벌 의존도가 낮고 내수 기반이 견고한 기업’과 ‘글로벌 데이터 표준에 적응 완료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높다.

한소제약(Hansoh), CSPC, 시노바이오팜(Sino Biopharm) 등의 기업은 중국 의료보험 등재율, 매출 대비 R&D 비율, 순현금 포지션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규제와 환율 리스크에서도 상대적 내구성(Financial Resilience)이 돋보인다.

A주 vs H주 전략: 병행적 사고가 필요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A주와 H주의 밸류에이션 괴리율이 5년 내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H주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가 해소되고 있음을 뜻하며 동일 기업에 대해 시기별 스위칭 전략이 매우 유효한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단순히 “홍콩시장은 불리하다”는 접근이 아니라, 시기별 접근성과 수급 구조에 따라 유연한 회전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IPO 후 H주 상장이 지연되거나 바이오기업의 ADR 환매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H주 쪽에 큰 베팅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GLP 1 계열, 중국 제약의 돌파구

중국 내 비만과 당뇨치료 시장의 성장률은 연 19%를 넘는다. 여기에 대중의 건강 인식 수준 상승과 함께 GLP 1 계열의 신약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노보노 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릴리(Eli Lilly)가 주도하던 글로벌 GLP 1 경쟁구도에 중국 기업들이 ‘후발 주자’가 아닌 ‘내수 선점자’로 들어서고 있다. 예를 들면 이노벤트(Innovent)의 신얼메이(Xinermei), Gan & Lee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biosimilar pipeline), 헝루이(Hengrui)의 장기 지속형 GLP 1 아날로그 개발 등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의 GLP 1 도전은 복제가 아니라 혁신”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이후 글로벌 기술수출 또는 중동·동남아시장 진입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새로 그려지고 있는 ‘성장의 궤도’

중국 제약산업은 지금 ‘기술 기반 신약 혁신’의 유효성 검증 단계를 넘어, 글로벌 동기화(Global Synchronization)를 실현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내수성장만을 좇는 산업이 아니다. R&D 수익성, 수출 계약, 글로벌 임상 디자인,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기준 통과 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되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중국 제약에 대해 주목하는 것도 단순한 ‘테마’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데이터로 판단한다. 예를 들면 기술 수출의 가속화, 글로벌 파트너십 증가, A/H주 괴리율 축소, 현금흐름 중심의 주가 재평가, GLP 1 중심의 수요 선점 등이다.

미중 관세전쟁 파장 우회하기

중국 제약산업이 직면한 외부 변수 중 하나는 미중 관세전쟁의 장기화다. 미국은 의약품과 바이오 기술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산업에 대한 공급망 재편과 중국 의존도 축소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일부 생물의약 원료(API)와 바이오시밀러 품목에 대해 잠재적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은 오히려 중국 제약 생태계의 자립화와 내재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기술 도입과 수출 계약에 제동이 걸릴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임상시험·승인 시스템의 고도화와 국산 R&D 파이프라인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3년 이후 중국 당국은 의약품 자체 평가 기준 강화, 의료기관 내 중국산 의약품 채택률 확대, 그리고 수입대체형 약물개발에 대한 정부 보조금 확대를 통해 미중 갈등을 산업전략의 기회 요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결국 관세전쟁은 중국 제약산업의 외부 의존을 줄이고, 기술 내재화→임상 역량 강화→내수 장 선점→글로벌 기술수출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촉진하는 일종의 ‘역설적 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메시지를 가리킨다. 중국 제약주는 다시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궤도는 과거와 다르다. 현금흐름 기반, 글로벌 동기화, 내수 인프라의 삼각 성장모델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은 ‘테마’보다 ‘구조’를 보아야 할 때다. 바이오 섹터에서 혁신형 제약주 중심의 리얼 캐시플로우 성장주 전략,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투자 프레임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