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작전통제권 환수의 ‘전략적’ 중요성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고 했다. “대한민국 군대가 유·무인 복합체계로 무장한 전문화된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 환수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보수쪽 일각에서는 작전통제권 환수 = 주한미군 철수 = 한미동맹 파기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지나치게 과도한 도식화다. 진보세력의 압도적 다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긍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다른 한 축으로 자주국방 강화가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먼저,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전통제권을 넘겨준 최초의 계기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14일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미국) 사령관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판단’으로 돌려주지 않았다.
한국전쟁 직후 한미동맹은 ‘삼위일체+1’로 작동했다. ①정전협정 ②한미상호방위조약 ③한미합의의사록(작전통제권) + 주한미군의 인계철선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주한미군의 인계철선은 ‘남침’을 막기 위해서였고 작전통제권은 ‘북침’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남한의 북침’ 막기 위한 작전통제권
미국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정치적 필요에 의해 북침을 감행할 수 있는 ‘군사적 모험주의자’로 봤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침을 막지 못하면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컸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반납하지 않았던 이유다.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갖게 된 취지가 ‘북침’을 막기 위한 용도였기에 한국이 민주화되면 반환의 당위성이 증대했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내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군 장성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합참이 과연 작전지휘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절충안으로 평시 통제권은 1993년에 환수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1995년에는 전시 통제권까지 환수한다는 일정이 합의됐다. 그러나 1994년 북핵 개발이 추진되고 전쟁위기설이 나오자 전시 통제권 환수도 무기한 연기됐다.
트럼프정부 이후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 환수는 ‘경제성장’의 관점에서도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에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유럽연합은 관세율 15%와 6000억달러 투자, 일본은 관세율 15%와 5500억달러 투자, 한국은 관세율 15%와 3500억달러 투자로 합의됐다. 이후 유럽연합과 일본은 문서로 합의했고 한국은 아직 협상 중이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내용이 많이 다르다. 유럽연합은 ‘기업’이 책임 주체다. 유럽연합은 기업의 투자의향을 취합해서 미국에 전달한 수준이다. ‘투자의향 취합서’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다르다. ‘정부’가 책임 주체다. 미국이 원하는 투자를 일본정부가 해야 한다.
왜 트럼프정부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는 유독 혹독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일까? 일본과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과도하게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은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국제정치학적 배경이 작동했다. 당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소련 견제’였다. 일본과 한국은 ‘소련 견제’를 협조해준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성장을 지원받은 셈이다.
자주국방 없으면 경제적 강탈 속수무책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안보동맹을 무기로’ 자국의 경제적 이권을 챙기려 한다. ‘안보동맹을 무기로’ 대만해협 전쟁이 벌어질 경우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 바이든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과거만 못해졌고, 미국 혼자 중국과의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안보를 의존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적 강탈’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요구하는 3500억달러(원화로 약 491조원)는 1년 예산의 72.9% 수준이며 외환보유고의 약 81% 규모다. 미국의 ‘경제적 강탈’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이 절실해졌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도 그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