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
일터혁신으로 핵심인재 유지, 우수인력 유치 이뤘다
팜젠사이언스 빠른 성장, 낡은 인사제도 … 경영철학·2030비전 맞춘 ‘평가-육성-보상-문화’ 유기적 통합 인사시스템 구축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일터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전략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급성장하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젊은 핵심인재 유지와 우수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노사 참여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개선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여건을 향상시키는 일터혁신이 중요하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박종필)은 일터혁신을 희망하는 기업에 무료로 전문 컨설팅을 제공해 일터 변화를 촉진하고 상생 문화 확산을 지원해오고 있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은 중소기업의 노사관계와 근로환경 인사제도 조직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일 잘하는 일터’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 직무역량 개발과 가능성 제시,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 등을 연계·지원해 기업이 우수인재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터혁신을 통해 공정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평가·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핵심인재 이탈을 막고 우수인력을 유치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팜젠사이언스와 도프의 사례를 소개한다.
1966년 수도약품공업으로 출발한 팜젠사이언스(대표 박희덕·김혜연)는 1990년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했다. 소화기 치료제를 중심으로 순환기·항생제 등 전문·일반의약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산업단지에 생산시설을 둔 230여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2021년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1100억원)한 이후 지난해 1713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와 달리 사람을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인사제도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전문 분야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장시간 근로 문화는 직원들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도를 높여 업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워라밸’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업 문화는 인재 유치와 유지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특히 육아기 직원들이 회사생활을 지속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팀장의 주관에 의존하는 평가제도는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분위기로 이어졌다.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탈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재 육성 전략은 부재한 상태였다. 기업의 비전과 연계된 인재상이나 역량 모델이 없어 어떤 인재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 없이 단기적인 교육만 반복되고 있었다. 또한 실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리더십 경험이 부족한 신임 팀장들이 체계적인 교육 없이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팀원 관리와 성과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초 돌파구가 필요한 팜젠사이언스 경영진은 노사발전재단에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의뢰했다. 수행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의 송왕제 컨설턴트가 투입됐다.
송 컨설턴트는 이 세가지 문제가 별개가 아닌 ‘평가-육성-보상-문화’로 이어지는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임을 진단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솔루션 구축을 목표로 설계했다.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노동자 대표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인 소통창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소통이 아주 원활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초과근로 문제와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송 컨설턴트는 “노조가 비판을 넘어 문제 해결에 함께 참여하려는 상생의 의지를 보인 점이 혁신의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라밸 없인 인재도 없다” =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출퇴근 시간 선택’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우선 육아·가족돌봄, 학위취득을 원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던 직원 중에는 출근 시간을 8시로 조정해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면서 평소보다 1시간 빠른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김지산 브랜드전략실장은 “현재는 전직원이 이용하는 ‘근로시간선택제’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개발팀 김수희씨는 “맞벌이하면서도 시차출퇴근제 덕분에 아이돌봄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고 저녁 늦게까지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겨야 하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오히려 업무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팜젠사이언스의 인사제도는 파편적이었다. 평가는 보상을 위해, 교육은 당장의 필요를 위해, 채용은 결원 보충을 위해 각자의 목적만을 향해 움직이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비효율과 불신만 낳고 있었다.
팜젠사이언스의 경영철학과 2030 비전을 반영한 ‘역량모델링’을 실시했다. 조직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공통 역량’과 ‘리더십 역량’을 과학적으로 도출했다.
모든 직원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팀장과 함께 자신의 ‘경력개발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승진 단계별 필요한 교육과정과 현업과제를 구체적으로 포함시킨 것도 특징이다. 팜젠사이언스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서수정 피플팀 매니저는 “교육훈련체계 도입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좀 더 체계화됐다”며 “교육 담당자로서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통해 더 나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수명 경영기획실장은 “인사평가와 근로환경 개선에 앞서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과정과 결과가 필요했다”면서 “제도가 정착되면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