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에'메모리 수퍼사이클' 시동

2025-09-26 13:00:04 게재

HBM 넘어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 확산 … JP모건 "메모리가 핵심 부품으로"

미국 유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9월 23일(현지시간) 예상을 웃돈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음에도 뉴욕 증시에서 3퍼센트 하락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급등세에 대한 부담과 엔비디아로 향하는 삼성전자의 HBM 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월가는 일제히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중장기 강세 전망을 유지했다. 핵심 논리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HBM뿐 아니라 범용 DRAM과 스토리지용 NAND까지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제품 믹스 개선과 수급 타이트로 마진이 분기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는 DRAM과 NAND, eSSD와 HDD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과 장기공급 계약이 확산되고 있다. DDR5와 HBM 전환으로 일반 서버용 DDR4가 부족해졌고, HDD 공급 제약은 기업들이 기업용 SSD로 주문을 전환하게 만들어 NAND까지 공급이 타이트해졌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플랫폼은 HBM4와 GDDR7, 저전력 DRAM 기반 SOCAMM을 혼합해 메모리 탑재량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전환하고 있어 수요 확대를 더욱 자극한다. 일론 머스크도 용량 대비 비용과 전력 효율 관점에서 전통적 메모리의 활용 여지를 언급했다. 정리하면 AI 호황의 수혜는 HBM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 메모리와 스토리지로 확대되고 있으며, 공급 제약과 가격 상승이 함께 진행되는 업황 개선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이 메모리 강세론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JP모건은 최근 개최된 ‘메모리 이그제큐티브 서밋 이후’ 제목의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과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장기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기술 진화가 향후 AI 인프라 설계와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GPU와 XPU 등 수백 개의 칩이 연결되는 차세대 AI 시스템에서 메모리가 전체 소유 비용(TCO)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보조재가 아닌 ‘능동적 지능’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JP모건은 메모리 업체들이 맞춤형 HBM(cHBM)을 통해 연산 기능과 로직 다이 설계를 함께 집적하고, LPDDR과 HBM을 병행하거나 연산 로직을 HBM 적층 내에 통합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GPU 업체가 차세대 로직 다이 설계를 독점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실제로는 메모리 기업들이 HBM 다이, 로직 다이, LPDDR, PIM(인메모리 연산), 스토리지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력과 비용 이슈도 메모리 호황을 뒷받침한다. AI 연산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메모리 효율을 조금만 높여도 전체 전력 소모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엣지 분야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고, 기업들은 응용처에 맞춘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당초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차세대 결합 기술과 고단 적층 HBM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JP모건은 이런 변화가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DRAM 업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재확인했다.

1년 전 ‘반도체 겨울이 온다’고 경고하며 메모리 반도체 주가 하락을 초래했던 모건스탠리는 지난 21일 “메모리 수퍼사이클 - AI의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in-line)’에서 ‘매수 매력(attrac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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