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명절밥상

2025-09-29 13:00:01 게재

이재명 대통령의 3박5일 뉴욕 출장은 숨가빴다. 번갯불에 콩 볶듯 얼떨결에 떠났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보다야 일정은 다소 여유로웠지만 유엔총회는 세계 최대 다자외교의 장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훨씬 컸다.

이 대통령은 190여개국의 정상들이 모인 유엔총회 연단에 서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정상으로선 처음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석에 앉아 주재한 공개토의에서는 인공지능(AI)의 두 얼굴을 경고하면서도 국제평화와 안보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연단에서 내려온 후엔 더 바빴다.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여전히 교착국면인 한미 간 관세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현실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보려 했다. ‘3500억달러 선불’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주장이 이어져도 ‘참을 인’자를 세번씩 마음에 새기며 미국 내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방미 마지막 날에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아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애요소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하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유엔 외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겠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대통령의 진심만큼은 분명했다.

이제 외교의 시간은 접히고, 다시 국내정치의 시간이 돌아왔다. 대통령이 마주한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이미 터진 사고이니 신속하고 책임있게 수습하면 된다. 답이 안 보이는 곳은 난장판 국회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대통령도 마냥 ‘당신들 탓이오’라며 초연히 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 상황의 출발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특검법 관련 합의 파기였다. 강경파 의원과 당원들의 반발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합의를 철회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묵인했다. 여당 대표의 결정에 대해 정색하기 어려웠든,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외면하기 힘들었든, 아니면 대통령 나름의 또다른 사정이 있었든 그 후 정국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결국 얼마 전 이 대통령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중단하자고 했던 ‘증오와 대결의 정치’로 회귀한 모습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양당 대표의 손을 맞잡게 하며 가교를 자임했지만 정치는 또다시 제자리로, 또는 더 악화된 지점에 도달했다.

취임 100일을 지낸 이 대통령은 곧 첫 명절인 추석을 맞는다. 설과 추석에는 대한민국 여론이 전국을 한바퀴씩 돈다고 한다. 이번 추석밥상에는 무엇이 화제로 올라올까. 이 대통령의 유엔 외교일까 아니면 절제 모르는 여당과 반성 없는 야당의 난투극일까. 왠지 이미 답이 나온 것 같아 씁쓸하다.

김형선 정치팀 기자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