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부위원장 지낸 지철호가 전망한 이재명정부 공정위 정책방향
“이 대통령 경기지사 때 공정국 신설, 플랫폼 문제해결 적극적”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 ‘국민주권정부 공정거래정책 세미나’서 분석
“주병기, 기술탈취 등 불공정 근절과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 강조”
문재인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지철호(사진) 전 부원장이 이재명정부의 공정거래정책을 전망했다. 그는 “이전 윤석열정부의 공정위와는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임 주병기 공정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답변 등을 근거로 갑을관계 법령 개정과 기술탈취 등 불공정 근절에 주력할 것이라고 봤다. 지 고문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의 역할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에 주목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정국을 신설하고 플랫폼기업의 불공정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다. 지 고문은 29일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법무법인 세종 주최로 열린 ‘국민주권정부의 공정거래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분석했다.
◆4대 변수에 주목 = 지 고문은 이재명정부 공정거래정책의 4대 변수로 △범여권이 압도적 다수인 입법부 변수와 △갑을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이재명 대통령 변수 △교수 출신의 주병기 공정위원장 변수 △공정위 조직개편과 증원 변수를 지목했다.
우선 여권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 사정상 법령 제·개정을 통한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가맹사업법을 비롯해 대규모 유통·하도급 등 갑을관계 법령 개정이나 하위법령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적 약자에 비중을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정책과 맞물려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임기 초에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걸림돌이다. 지 고문은 “제정법 뿐 아니라 하위법령(시행령, 고시 등) 개정에도 큰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는 ‘대통령’을 꼽았다. 결국 이재명정부의 공정거래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기 때문이다. 지 고문은 “이 대통령은 2019년 7월 경기지사 재직 시절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 내에 ‘공정국’을 신설했다”고 짚었다. 그만큼 현장에서 공정거래정책을 고민했고 해결성과도 있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당시 가맹·하도급 등 갑을 문제를 실태조사한 뒤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또 “인력 한계로 공정위 사건 처리가 느린만큼 일부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당시 공정위와 서울시·경기도가 양해각서를 맺고 업무이양을 논의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지 고문은 “당시 이재명지사는 플랫폼기업의 불공정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면서 “최근 산재사망사고 관련 언급에서 보듯이, 갑을 문제와 같은 불공정행위나 반복적인 위반행위에 대한 업무 처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행보는? = 주병기 신임 공정위원장에 대해서는 “임기 초반에는 독과점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 실질적인 불공정 대책으로 관심이 변화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또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인 주 위원장이 전임자인 법학전공자(한기정 전 위원장)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법학 전공자인 전임자가 사건처리에 주목했다면, 경제학 전공자인 주 위원장은 정책과 제도개선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공정위의 관행적 업무처리 개선에도 주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 고문은 인사청문회 발언 등을 근거로 “기술탈취 등 불공정 관행 근절과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에 공정위 업무의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아울러 △사익 편취와 부당 지원 등 감시를 강화해 기업집단 규율 확립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생태계 구축 △서민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소비자 주권 확립 등이 핵심정책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산업과 독과점 분야나 기업집단 규율(내부거래 등), 갑을 문제(기술탈취, 가맹사업, 불공정 하도급 등)에 대해선 강력한 법 집행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지 고문은 “주병기 위원장의 취임사 등을 고려하면 향후 법 집행에서 과징금 등 제재조치의 수준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의 대규모 인력증원과 조직개편 방향도 주목할 소재라고 지적했다. 현재 647명인 공정위 정원은 내년까지 약 800여명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증원되는 인원은 △경인지역 지방사무소 신설 △가맹·플랫폼 등 갑을문제 인력 보강 △경제분석 확충 등으로 분산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지 고문은 “공정위가 어느 분야 인력확충에 중점을 둘 지를 보면 향후 공정위 업무처리의 중점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