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근접성 격차 해소

저중소득국 의약품 접근성 개선, 제약업계 성장 동력

2025-09-30 13:00:02 게재

세계인구 80% 거주, 소외지역에 기술이전 확대… WHO 협력 현지생산 역량 강화

글로벌 헬스케어 접근성 격차 해소는 단순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보건 안보 구축과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투자 전략으로 평가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4년 필수의약품 팩트 시트에 따르면, 저중소득국 보건시설 중 핵심 필수의약품을 지속가능하게 확보하고 있는 시설의 비율은 단 8~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국의 90% 대비 현저히 낮고 신약의 WHO 필수의약품 목록 포함률은 5.2%에 불과하여 혁신-접근성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0%가 거주하는 저중소득국(Low-and Middle-Income Countries, LMICs)에서 의약품 접근성은 여전히 심각한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략이 제시된다.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UNICEF)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을 중심으로 통합적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공급망 취약성을 개선하고 규제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 2030년까지 저중소득국의 필수의약품 접근율을 80% 이상으로 개선하고, 신약의 WHO 필수의약품 목록 포함률을 20% 수준으로 확대하여 1억명이상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류 보건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며 제약업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중소득국 필수의약품 접근성을 개선은 제약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인구 80%가 거주하고 있는 필수의료약품 이용 소외지역에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행한 글로벌바이오헬스산업동향에 게재된 ‘글로벌 헬스케어 접근성 격차 해소: 저중소득국 의약품 접근성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80%가 거주하는 저중소득국에서 의약품 접근성은 여전히 심각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제약업계는 노바티스 등의 사례처럼 혁신적 접근성 전략을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소외 지역에 대한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GTH-B)를 통해 47개국 235명을 교육하며 바이오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자간 협력 체계 구축과 지역별 맞춤형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사진 클립아크코리아

◆낮은 보험 적용, 본인 부담 높은 접근성 문제 = WHO 필수의약품 목록(EML)은 2023년 기준 500여개 의약품(소아용 361개 포함)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제약협회연합(IFPMA)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 출시된 593개 신약 중 단 31개만이 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되어 글로벌 의약품 혁신과 접근성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약의 질병 영역별 분포는 비전염성질환이 70%를 차지하며 비전염성질환 중 △종양학(Oncology) 45% △신경학(Neurology) 11% △면역학/알레르기(Immunology/Allergy) 9% △혈액학(Hematology) 9%로 이뤄졌다. 감염성 질환은 △COVID-19 치료제 21% △바이러스성 간염(Viral Hepatitis) 19% △항균제(Antibacterials) 19%로 구성된다.

의약품 가격과 구매력 격차는 가장 근본적인 접근성 장벽이다. IFPMA 연구에 따르면 저중소득국에서 급여목록(Reimbursement List) 포함률은 △신규 출시 의약품은 0~24% △기존 의약품은 9~60%를 차지한다.

이러한 낮은 급여 포함률은 저중소득국 환자들이 혁신적인 치료법에 접근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히 신규 출시 의약품의 경우 대부분의 저중소득국에서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환자들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소득 수준에 따른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중소득국의 취약한 유통·물류 인프라는 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특히 백신이나 생물학적 의약품을 저온 상태로 유지하여 운송·보관하는 냉장 유통 시스템인 콜드체인(Cold Chain)이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나 백신의 경우 △콜드체인 시설 부족 △전력 공급 불안정 △교통 인프라 미비 △품질관리 시스템 부족 등과 같은 문제들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세계 20대 제약사 저중소득국 의약품 접근성 높이기 노력 =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약업계의 사회적 책임과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2024년 11월 발표된 의약품 접근성 지수는 세계 20대 제약회사들의 저중소득국 의약품 접근성 개선 노력을 평가하여 혁신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16년간 1위를 유지하던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를 제치고 노바티스(Novartis)가 정상에 올랐다. 노바티스의 1위 달성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2억8400만명의 환자에게 의약품을 공급하고 이 중 3320만명이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혜택을 받은 성과에 기반을 뒀다. 특히 소외질병 연구개발과 저중소득국 광범위한 제품 등록이 높게 평가받았다.

또한 노바티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많은 제약사들이 저중소득국 환자들을 위한 혁신적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어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특히 환자 도달 범위 측정과 투명성 보고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20개 기업 중 19개가 환자 도달 측정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어 업계 전반의 사회적 책임성이 강화됐다.

△사노피(Sanofi) △화이자(Pfizer) △노바티스 등 5개 제약사가 저소득국과 최빈개도국(LDC)을 포괄적 비즈니스 모델 내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사노피는 40개 저소득국을 대상으로 30개 의약품을 비영리 가격으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이자는 45개 저중소득국에 23개 특허 의약품과 백신을 원가 또는 비영리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차등가격제(Tiered Pricing) 정책이 16개 기업으로 확산되어 △최빈개도국에서는 60~90% △저소득국에서는 50~70% △중저소득국에서는 30~50%의 할인이 적용되어,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화된 접근법이 정착되고 있다.

한편 자발적 라이선싱(Voluntary Licensing)과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이 배제되고 있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Gilead)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는 자발적 라이선싱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초국가적 메커니즘을 통한 제품 공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개발 영역에서는 저중소득국 임상시험 참여율이 전체의 43%에 불과하고, 저소득국에서는 더욱 심각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이 소외질병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서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유럽 개발도상국 임상시험 파트너십(EDCTP)과 서아프리카 항말라리아 약물임상시험 네트워크 컨소시엄 등과 협력하여 새로운 치료제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머크는 우선순위 파이프라인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후기 단계 후보물질에 대해 접근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체계적인 R&D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R&D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나 우선순위 파이프라인 후보물질 수가 이전 대비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0%가 저중소득국에 거주하고 있어 이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미 이 지역에서 전체 수익의 20~30%를 창출하고 있으며 노바티스는 저중소득국 매출 비중이 32%에 달하며 △글락소스미스클라인(28%) △사노피(25%) △화이자(22%) 등 제약사들은 이 지역에서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한국 주도의 글로벌 헬스 접근성 해법 = 한국 주도의 글로벌헬스 접근성을 높이는 해법으로 저중소득국 의약품 현지생산 지원 모델이 제시된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을 통해 세계 최초의 GTH-B를 운영하며 저중소득국의 생산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2025년 기준 47개국에서 205명과 한국에서 30명 등 총 235명의 연수생이 참여하여 △기술이전 △인재개발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받고 있다.

GTH-B는 mRNA 백신 제조를 위한 실습 훈련과 생물학적제제 제조의 우수 제조관리 기준(GMP) 교육을 통해 저중소득국의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며, 2025년에는 4개 배치의 실습 교육이 한국의 공공 바이오제조 시설을 활용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별 맞춤형 전략으로는 아프리카의 경우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부터, 동남아시아는 기존 제조 역량의 고도화에 중점을 두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기초 인프라 부족으로 5년 내 3개국 GMP 시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는 mRNA 플랫폼 구축, 남아시아는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형 글로벌 헬스 모델 전략을 살펴보면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력과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술협력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특히 COVID-19 대응 과정에서 축적된 신속한 백신 개발·생산 노하우는 다른 국가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K-방역 모델의 글로벌 확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이전 △바이오 벤처 생태계 구축 지원 △임상시험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이 주요 구성요소이다.

2022년 2월 WHO가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지정한 이후 축적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자간 협력 체계를 확대할 수 있다.

한국 GTH-B를 중앙허브로 △아프리카 지역허브(남아공, 르완다) △아시아 지역허브(태국, 인도네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허브(브라질, 아르헨티나) △중동 지역허브(요르단, UAE) 등을 구축하여 각 지역허브별로 10~15개국을 담당하고 연간 500~1000명 교육을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 확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기술력·자본을 결합한 지속가능한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 개발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헬스 분야에서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HO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유니버설 헬스 커버리지(UHC)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양질의 보건의료 제품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가능할 때만 달성할 수 있다. 필수의약품 목록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조달·공급 시스템 구축과 함께 합리적 처방 관행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150개 이상의 국가가 WHO 모델 목록을 기반으로 한 국가 필수의약품 목록을 채택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표준화된 지원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향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접근성 개선도 중요한 전략이다.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투명성 확보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 △모바일 헬스 플랫폼을 통한 원격진료 및 처방 시스템 △사물인터넷 기반 콜드체인 관리 등의 기술적 솔루션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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