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석화기업 지원' 준비 끝내…‘강한 자구노력’ 촉구

2025-09-30 13:00:01 게재

협약 체결로 대출 회수 차단, 신규 자금 투입도 가능

기업들 ‘생산시설 감축안’, 시장 차입금 해결안 과제

금융당국, 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상향’ 지원 고려

금융당국과 채권금융기관들이 석유화학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준비를 마쳤다. 협약 체결을 통해 채권금융기관들의 대출 회수를 차단하고 신규 자금 투입 가능성도 열어 놨다.

공은 석유화학 기업들로 넘어갔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생산량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시장 차입금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30일 은행연합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신보, 기보, 무보, 캠코)과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식’을 열고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그동안 협약 논의 과정에 참여했고 이날 협약식에 참석, 석유화학 기업들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은행연합회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신보, 기보, 무보, 캠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식을 개최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근본적 경쟁력 약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석유화학산업의 구조개편 지원에 금융권도 발맞춰 자율협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협약은 정상 기업에 대한 선제적 금융지원을 통해 기업의 자구노력을 돕고 부실을 방지함으로써 금융권과 산업계가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협약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업들의 사업재편 계획 이행을 충실히 돕겠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이번 협약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산업계의 차례”라며 “연말까지 기다릴 것 없이 시장에서 석화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재편 그림을 조속히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 부위원장은 “기업 간, 채권단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사업재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작업이 될 것”이라며 “주채권은행들이 냉철한 관찰자, 심판자이자 조력자로서, 기업의 자구노력과 계획을 엄밀히 평가하고 타당한 재편계획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이 때를 놓치면 채권금융기관의 역할도 ‘관찰자, 조력자’로만 머무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10대 석유화학기업들과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설비(NCC) 용량 1470만톤의 18~25%(270만~370만톤)를 감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석유화학기업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2조원 가량 되며, 이중 시장성 차입금 14조원과 외화증권 2조원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협약에 따라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에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율협의회를 소집해 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자율협의회는 외부 공동실사를 통해 사업재편계획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사업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자율협의회는 채권액 기준 3/4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고, 기업이 사업재편계획 및 재무운용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면 외부 공동실사를 통해 실효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금융지원은 원칙적으로 사업재편 종료시까지 현재 금융조건을 유지하고 만기연장, 이자유예, 금리 조정, 추가 담보취득 제한 등이 포함된다. 필요시 신규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 신규 자금은 협약 채권 대비 우선변제권이 부여된다.

신규 자금은 현행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기업들에게는 지원되지 않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에게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 김호섭 연구위원과 김문호 선임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인 측면의 업사이클 전환을 기다리기 보다는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업황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중국 내수 시장이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규모나 이에 따른 수익성 반등 폭은 과거 대비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자율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사업재편계획을 산업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자율협의회와 사업재편계획, 금융지원방안 등이 포함된 구조혁신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사업재편을 본격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만기연장과 금리 조정 등이 이뤄지는 채권에 대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건의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협약에 따른 금융지원이 △정상 기업에 대해 △기업·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은 거래기업이 6개월 이상 연속해 기존 채무 또는 재조정된 채무를 이행한 것이 확인된 경우와 거래기업의 자산 매각, 증자 등 채무상환능력을 명확히 개선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등에 대해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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