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지연에 채권·환율 시장 변동성 확대

2025-09-30 13:00:03 게재

외국인, 7거래일 연속 국채 선물 12조원 순매도

고환율에 환손실 우려 … 국고채 발행 규모 증가

3500억불(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한국 채권시장과 환율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외국인투자자들은 7거래일 연속 국채 선물 12조원을 순매도했다. 달러 대비 원화 금액이 1400원을 웃도는 고환율에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규모 채권 발행 부담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가운데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 펀드 마련을 위한 공사채 발행 부담도 채권시장의 불안으로 작용했다.

◆물가·환율 채권시장심리 악화 =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에 따라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되면서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관련 채권시장 심리도 전월 대비 악화됐다. 통신비 할인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7%로 하락했으나, 이후 착시 효과가 사라지며 물가가 재차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물가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 채권시장에서 지난 26일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개월 만에 최고인 연 2.562%, 10년 만기 금리는 연중 가장 높은 2.943%로 거래를 마쳤다. 29일에도 3년 만기물은 연 2.563%에 장을 마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939%로 0.4bp 소폭 하락하며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채 매도세로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7571계약, 10년 국채선물을 3204계약 순매도했다.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채권 규모는 12만3761계약(액면가 12조3761억원)에 달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한국 국채를 대량 매집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던 외국인이 이달 하순부터 국채 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한은 10월 금리동결 전망 확산 =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지표가 호조였다는 점, 한국은 부동산 시장 과열이 눈에 띄게 진정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시장 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이 국고채 금리 상승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로 국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국채를 매집해 온 외국인들이 투자 포지션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진 점도 크다.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가운데 주요국 재정 불안, 연준의 통화정책 등의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환율이 흔들릴 때 기준금리 인하는 더더욱 선택할 수 없는 통화정책 카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이창용 한은 총재 이야기처럼 금융 안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연내 인하는 가능하겠으나 시점은 10월이 아닌 11월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 단기 구간은 잇따른 한국은행의 강경한 시그널이, 장기 구간은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지속되는 환율 약세 등이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며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정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국고 3년, 10년이 각각 2.50%, 2.85%를 하회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당분간은 상승한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400원 웃도는 환율, 상승 압력 더 커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는 ‘선불’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은 더욱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미 투자 펀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연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산은채·수은채 등 특수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도 당초 5년간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펀드가 50조원 증액되면서 산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조달 예정 금액도 50조원에서 75조원으로 불어났다. 75조원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 보증을 바탕으로 채권을 찍어 조달한다는 계획인데, 당장 내년 발행 한도만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 공기업 등의 늘어나는 투자를 고려할 때 정책성 자금 마련을 위한 공사채 발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1.3원 오른 1400.0원에 장을 출발했다. 오전 9시 25분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1.0원에 거래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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