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담보물 직접 감정평가는 위법’ 유권해석 후폭풍

2025-09-30 13:00:02 게재

평가사협회-국민은행 충돌

국정감사 이슈로 다룰 듯

국토부-금융위 TF 속도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담보물건을 평가하는 것이 법률 위반이라는 국토교통부의 해석이 나왔다.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가 제도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금융기관 자체평가의 감정평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협회 질의에 감정평가법 위반 행위라고 유권해석했다.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채용해 담보물을 평가하는 것은 감정평가법 상 감정평가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제5조 2항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감정평가시장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감정평가사협회 제공

감정평가법 제5조 2항은 금융기관 보험회사 신탁회사 등이 대출 자산의 매입·매각·관리 또는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등과 관련해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하려는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KB국민은행이 직접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가치평가부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29일 KB국민은행 신관(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앞에서 국민은행의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액은 2022년 26조원, 2023년 50조원, 2024년 75조원으로 3년동안 3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실적은 수수료 기준 550억원이다. 감정평가법인 중 담보 평가 실적이 가장 많은 A법인(350억원)보다 200억원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가 물건 위주로 선택적으로 평가하고 평균 120억원의 고액 부동산을 하루 만에 졸속 평가하고 있다”며 “대출 안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부동산 담보물의 외부 감정평가를 의무화하면 비용이 고객 대출금리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담보물 가치 1억원 기준 30만원대인데 이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면서 고객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담보물 가치평가를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기를 원하는 고객들만 외부에 맡기고 은행 평가에 고객이 동의하는 경우 자체 평가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은행의 담보물 자체 감정평가는 국민은행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시행하고 있어 조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감정평가가 되지 않은 담보물 평가를 외부 업체에 의무로 맡겨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TF에서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은 “공정한 금융시장 환경조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불법 감정평가 중단과 금융당국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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