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네타냐후 ‘가자 평화구상’ 전격 합의

2025-09-30 13:00:03 게재

무장해제·인질교환

민간정부 수립 구상

하마스 침묵 속

연계조직은 강력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합의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을 위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그러나 전쟁 당사자인 하마스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연계 무장조직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평화구상은 총 20개 항으로 구성됐다. 평화구상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조건부로 석방하고, 하마스는 무장을 해제한 뒤 통치에서 물러나야 한다.

또 국제사회는 민간 과도정부를 수립하고 가자지구 재건을 주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동의하면 72시간 내 인질들이 돌아오고 전쟁은 즉시 종료된다”고 강조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구상이 인질 귀환과 하마스의 군사·정치력 해체를 가능케 할 것”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과 유럽 동맹국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고 밝히며 자신이 직접 ‘평화위원회’ 의장을 맡아 가자지구 과도통치와 재건을 감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는 기술관료 중심의 비정치적 위원회가 임시 통치하고, ‘국제안정화군’이 치안과 국경 관리를 담당한다. 이스라엘은 단계적으로 철수하되 완충지대를 통해 안보를 유지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의 중재 역할도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노리고 카타르 도하에 공습을 감행해 현지 군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는 트럼프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하마스와 직접 접촉 가능한 중재자인 카타르 협조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구체적 반응을 유보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마스 당국자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이날 알자지라 무바시르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트럼프의 평화구상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급한 반발 대신 내용을 검토한 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마스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마스 연계 무장조직인 PIJ는 즉각 반발했다. PIJ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구상은 지역을 폭파시키는 처방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기획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구상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무시하고 저항 세력을 무장 해제하려는 시도라며 전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평화구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인질로 잡으며 시작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실질적 외교 시도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하마스와 PA(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모두를 통치구조에서 배제하고, 외부 기술관료와 국제기구 중심의 임시 통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PA의 참여 가능성이 희박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대한 로드맵이 빠져 있어 아랍 국가들의 전적인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하마스가 현재 억류 중인 생존 인질은 약 20명이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6000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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