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채권, 미 국채보다 금리 낮다

2025-09-30 13:00:02 게재

수급 불균형·기관투자 행태 맞물려 발생한 이례적 현상

마이크로소프트의 채권 금리가 미국 국채보다 낮게 형성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존슨앤드존슨의 일부 AAA 등급 회사채가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통상 기업은 정부보다 부도 위험이 크고 유동성이 낮아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드문 경우다.

현재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AA 미국 회사채 지수의 국채 대비 신용 스프레드(같은 만기의 채권의 금리 차이)는 불과 0.3%로, 과거 경기침체기 2% 이상이었던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채권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거래가 어려운 회사채가 국채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소 0.15~0.2%는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요인으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한다. 먼저,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가 이어지며 현재 공공 부채가 30조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현금 9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장기부채가 400억달러에 불과한 기업들은 차입 수요가 크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은 “AAA 등급 회사채 공급이 너무 적고 투자 수요는 넘쳐나는 수급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수 추종 자금의 영향이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인덱스 펀드가 급성장한 것처럼, 채권 시장에서도 패시브 펀드가 늘면서 지수에 포함된 채권을 가격과 무관하게 매입하는 수요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국채보다 낮은 금리의 회사채가 지수에 포함돼도 매수가 이어진다.

세 번째는 수익률에 대한 단순한 집중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2027년 만기 채권은 3.67%의 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시기 발행된 미 국채는 3.69%로 소폭 더 높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이라면 국채보다 금리가 0.02% 낮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의 안정성을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연기금과 보험사 같은 장기 투자자들은 국채 대비 스프레드보다 금리스와프(spread over swaps)를 더 중시한다. 이 경우 유동성과 금리 측면에서 국채의 우위가 희석되며, 마이크로소프트나 존슨앤드존슨 채권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

WSJ는 “미국이 당장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고위험을 감수하는 데 비해 보상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고품질 회사채의 과열된 수요가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례는 국채의 발행 급증과 달리 우량 회사채의 희소성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패시브 투자 확대, 장기 투자기관의 헤지 전략 변화 등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금리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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