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 파산, 승자와 패자 갈렸다
우발채무 규모 불투명
대출제공 제프리스 타격
아폴로는 공매도 수익
불과 두 달 전까지 60억달러 대출을 추진하며 시장에 건재함을 내비쳤던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갑작스레 파산보호(파산법 제11조)를 신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총 부채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매출채권이나 재고를 담보로 한 자금 조달과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우발 채무까지 포함하면 전체 상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퍼스트 브랜드의 선순위 대출(first-ranking loan) 은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에 편입돼 있었는데, 이들 채권조차 1달러당 33센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선순위 채권은 기업 부도 시 다른 채권보다 먼저 상환을 받을 수 있다. CLO는 여러 기업 대출을 묶어 발행하는 구조화 증권으로, 여러 기업의 채권을 매입하여 별도의 신용등급을 받는다. CLO 중 안전판 역할을 하던 선순위 대출마저 가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됐다.
패자 쪽에는 퍼스트 브랜드의 오랜 투자자문사 였던 제프리스(Jefferies)가 있다. 제프리스는 회사 대출을 투자자에게 중개해온 데다, 별도로 매출채권을 기초로 한 자금도 직접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손실을 직면하고 있다.
FT는 제프리스가 이번 사태로 미국 신용시장에서 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또한 오랜 외부 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 BDO가 불과 6개월 전까지도 ‘적정 의견’을 내놓은 만큼, 회계 감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반면 이번 사태의 승자도 있다.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1년 이상 퍼스트 브랜드 채권에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다가 파산 직전 이를 청산해 수익을 거뒀다. 아폴로가 지분을 보유한 다이애미터 캐피탈 파트너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다. FT는 “25일 하루 동안만 1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이 손바뀜하며, 최근 들어 가장 큰 위험 이전 거래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또한 다이애미터 캐피탈을 포함한 일부 헤지펀드는 액면가의 40센트도 안 되는 가격에 채권을 대거 매수하며 향후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파산 기업에서도 법적으로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일부 회수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퍼스트 브랜드의 숨겨진 부채 구조와 재무 투명성이 불확실한 만큼, 새로 매수한 투자자들 역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