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연체에 지역농협 휘청

2025-10-01 13:00:03 게재

경기 침체에 미회수금 급증 … 경영난에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서기도

농어민 자금을 예탁받아 운영하는 상호금융인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 등 고위험·고수익 대출에 투자했다 회수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 금액이 지난해 말 대비 1조2783억원 증가한 4조4427억원이고, 연체율은 5.5%p 상승19.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은 23조2384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동대출은 대규모 대출에 대해 지역농협 여러 곳이 함께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다. 지역 농·축협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브릿지론 등 토지 매입 자금 대출은 2개 이상의 조합이 공동 대출 형태로 취급하고 있다.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5%, 2022년 1.88%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7.41%로 급등했다. 이후 지난해 말 13.62%에 이어 올해 8월 말 19.12%까지 치솟았으며 연체 금액은 25배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의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대구의 경우 지역 단위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34.7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연체 잔액은 2039억원이다. 경북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25.42%로 두번째로 높고, 연체잔액은 6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충북 22.33%, 경기 21.58%, 강원 20.21%, 경남 19.66% 등의 순이었다.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이 치솟은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또한 지역농협의 농지·주택을 제외한 전체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과 연체율도 증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지역농협의 농지·주택을 제외한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175조6422억원을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44조7314억원, 2022년 160조8042억원, 2023년 169조8210억원, 2024년 174조76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체액과 연체율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지난 7월 기준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금은 12조9811억원으로 2021년(1조5691억원)에 비해 727.3%, 연체율은 7.39%로 2021년(1.08%) 대비 6.31%p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농협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조2956억원에서 지난해 1조6464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 18곳이었던 적자 지역농협은 지난해 52곳으로 증가했다.

지역농협에서 부실 발생으로 결손금이 대량 발생하면 해당 농협은 다양한 명목으로 적립했던 자금을 결손금 보전에 써야 한다. 특히 공동대출로 빌려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 커진 적자로 일부 지역농협에선 사업준비금까지 건드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업준비금은 지역농협 조합원의 당해연도 사업 이용실적에 따라 추가로 적립해 조합원이 탈퇴할 시 출자금과 함께 지급할 수 있도록 적립해 놓은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적자에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서는 지역농협도 나타나고 있다.

임 의원은 “연체 증가·채권매각손실 등으로 적자 농협이 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에게 돌아간다”며 “자금의 지나친 부동산 대출 확대와 역외 유출을 줄이고 지역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본래 역할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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