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시 외국인 대탈출…올해 24조원 이탈

2025-10-02 13:00:01 게재

미국 관세가 50% 주요 요인 주가도 고평가 논란 휩싸여

각국 투자자들이 인도 주식시장을 빠르게 떠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 기업들의 실적 부진,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주가 부담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올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역대 최대치에 다가서고 있다.

블룸버그가 9월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26일까지 해외 자금은 인도 주식시장에서 총 170억달러(약 23조6300억원) 빠져나갔다. 2022년 기록한 최대 유출액에 거의 근접한 규모다. 26일이 들어있는 9월 넷째주 초반에도 이탈은 계속됐다. 29일 잠정 집계 기준으로 하루에만 2억3000만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장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선언한 직후, 인도는 무역 갈등 속에서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주목받으며 주요국 중 가장 빨리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것과 달리,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인 50% 관세를 때렸고, H-1B 비자 수수료까지 대폭 인상했다.

단기간에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싱가포르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투자전략가는 “대외 통상과 이민 정책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루피화가 안정되며, 높은 주가를 뒷받침할 실적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관세만 문제가 아니다.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가 투자 심리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 조사에 따르면 MSCI 인도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2025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5%로, 지난해 8%에서 낮아졌다.

자금 이탈은 외환시장까지 번지며 루피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루피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3.6% 떨어졌으며, 9월 30일에는 달러당 88.8050루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가해지는 압력도 뚜렷하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 니프티50지수는 9월까지 5개월 연속 MSCI 아시아퍼시픽지수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인도 증시는 여전히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니프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 수준이다.

현재 인도 내 기관 자금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뮤추얼펀드와 보험사는 올해 660억달러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을 받아냈다.

반면 전 세계 자금은 채권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결제기관 자료에 따르면 지수 편입 대상인 국채에 대한 외국인 보유액은 9월 한 달간 833억루피 늘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9억4000만달러 규모로,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시장 대비 인도 주가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점을 들어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몇 주 전 실시된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에서는 아시아 지역 펀드매니저들이 인도 비중을 ‘비중 확대’로 보는 응답이 ‘비중 축소’보다 많았다. HSBC리서치는 변곡점이 가까워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문디 UK의 라지브 니할라니는 “통상 협상이 진전되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며, 다른 아시아 시장 대비 주가가 낮아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진입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니프티지수는 올해 약 4% 올랐다. 자국내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수 덕분에 10년 연속 연간 상승 기록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소비세 인하와 정부의 긍정적인 신호에 기대를 걸었던 연말 랠리는 해외 자금 사이에서 관심을 잃고 있다.

인도 대형 증권사 IIFL캐피탈은 최근 유럽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설명회 결과를 전하며, “현지 기관투자가들이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인도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 주별 선거 등 정치 변수, 인도 주식 양도소득세 인상을 복합적인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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