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위 주도로 77조원 ‘게임사 빅딜’

2025-10-02 13:00:03 게재

사우디 자금·JP모건 대출로 일렉트로닉아츠 인수

해당 게임사, 상장 폐지 뒤 AI로 게임개발 혁신 추진

세계적인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가 550억달러(약 77조원)에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비상장화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2007년 텍사스 전력회사 TXU의 450억달러 인수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로 기록된다.

이번 인수의 핵심 설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였다. 그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글로벌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를 묶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JP모건이 200억달러 대출을 제공하며 자금조달을 완성했다. 전체 자금 중 360억달러는 지분 투자로 충당되며, 이 가운데 사우디 PIF가 최대 출자자가 된다.

차입매수는 인수자가 자기자본만으로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은행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려(차입해) 회사를 인수한 뒤, 인수한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으로 그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쉽게 말해, 회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회사를 사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에서도 컨소시엄은 약 360억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JP모건이 주도한 200억달러 대출을 끌어와 총 550억달러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EA는 상장기업 지위를 내려놓고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컨소시엄은 EA 주식을 주당 210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는 딜 발표 전날 종가 대비 25% 프리미엄이다. 인수 후 EA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본사 체제를 유지하고, 앤드루 윌슨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쿠슈너는 “EA는 세계적 경영진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갖춘 특별한 회사”라며 자신도 “EA 게임을 하며 자랐다”고 강조했다. 이번 거래는 그의 투자사 애피니티 파트너스에도 약 5% 지분을 남기며, 그를 월가의 중심 인물로 부각시켰다.

거래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강한 기대가 깔려 있다. 컨소시엄은 AI를 활용해 게임 제작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EA는 연간 약 20억달러를 연구개발에 쓰고 있는데, AI를 통해 음성 더빙, 그래픽 제작, 버그 테스트를 자동화하고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스토리라인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EA는 FIFA 시리즈의 후속작인 ‘EA 스포츠 FC’, 미식축구 ‘매든 NFL’, 그리고 ‘심즈’, ‘배틀필드’ 등 글로벌 흥행작을 보유한 회사다. 특히 스포츠 게임 분야의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만큼, 실버레이크가 UFC 등 스포츠 자산에 투자한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규제 불확실성도 거론되지만, 쿠슈너의 역할이 승인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사위를 거부할 규제 당국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550억달러라는 평가액은 현재 연간 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20배 수준으로, 과거 차입매수 평균치보다 높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AI가 비용 구조를 혁신하지 못할 경우 과도한 부채 부담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EA 인수는 전통적 사모펀드 거래가 최근 기술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월가와 중동 자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결합한 ‘역대 최대 게임 딜’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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