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주가 오르는데 왜 중국인은 돈을 쓰지 않을까
상하이 증시가 8월 22일 3800선을 돌파한 후 연일 강세장이다. 지난달 30일에는 3883포인트로 월간 최고 수준에서 마감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 발표로 잠시 조정을 겪었으나 시장은 전반적으로 낙관적 기대 속에 3800선 수준을 유지했다.
랠리의 배경에 정부 정책이 있다. 연이어 금리를 내리고 지급준비율 완화, 자사주 매입 제한 해제,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인공지능 등 신산업 진흥책은 첨단 제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 일부 소프트랜딩 지표도 증시 랠리에 힘을 실었다.
금융시장의 활기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회복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실상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우선 증시 호조에도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최근 예금 증가율 둔화로 일부 완화되는 듯했으나 가계자금은 여전히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상반기 개인투자자 주식계좌 수는 2억2000만개를 넘어섰지만 인구 대비 주식시장 참여율은 16% 내외에 그친다. 고용불안, 소득 증가율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근본적 리스크가 개인 소비심리를 짓누르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8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에 불과해 2010년대 두 자릿수 성장률과 크게 대비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0.2%에 머물며 내수의 온기가 식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소비쿠폰 확대 신재생·친환경 제품 교체 보조금 내수 연계 인프라 투자를 투입하고 있지만 민간소비는 과거와 같은 폭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률 증가와 고용시장 불안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 심리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가계의 심리적 냉각을 초래한 탓이다.
민간소비도 기업투자도 본질적 한계 봉착
기업투자도 본질적 한계가 여전하다. 홍콩 해외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와 외자 유치 등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본토 내 신규 증시 상장은 상장심사 강화 자금 제한 금융감독 강화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25년 8월까지 비금융 기업의 증시 자금조달 비중은 1%에 불과하며 주요 제조업에서도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고정자산 투자는 최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로 둔화했으며 시설·설비투자, 건설 IT·디지털 분야 등 소수 첨단산업만이 선방할 뿐 전반적인 경기 모멘텀은 약하다.
금융업 역시 자본시장 랠리가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 2015년 버블기 금융업 성장률이 23%에 달하며 GDP 성장 기여도가 16%였던 것에 비하면 올해 명목 성장률은 4%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증권 중개수수료 역시 0.08%에서 0.02%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호황이 본원적 산업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과감한 정책보다는 신중모드다. 증권사 마진 담보율 하향, 비공식 경로 대출자금 유입 단속에 이어 SNS에서 ‘강세장’ 등 표현을 쓰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는 시장에 과열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함을 방증한다.
올해 중국 경제는 다양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하방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2분기 GDP 성장률은 5.2%로 연 목표치는 웃돌았지만 하반기 전망은 4.5% 내외로 낮아지는 등 모멘텀이 약하다.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수요 둔화, 인프라 투자 효과 약화, 지방채(LGFV) 부실 등 구조적 위험이 상존한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소폭 상승(1% 미만)에 머물고 생산자물가는 오히려 하락(7월 - 2.7%)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도사린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0선 아래로 산업 활력이 약하다.
정부는 재정적자 확대 특별 재대출 및 정책금리 인하로 완화적 거시정책을 채택하고 녹색·디지털 신산업 내수시장 소비 쿠폰 노후 인프라 재정비를 핵심으로 부양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은 미지수이며 구조적 과제 해결 없이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예상된다.
주가상승 거품이 실물경제 발목 잡을 수도
결국 자본시장의 화려한 반등은 실물경제의 본격 회복과는 괴리된 현상임이 재확인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최대 과제는 내수 성장구조 개편, 양극화 완화, 투자·소비 동시 진작이다. 교과서적이지만 그게 답이다.
주가상승이라는 외형적 활황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회복력 강화, 체질개선, 중산층 심리 안정 등 실질적 변화가 요구된다. 향후 신뢰와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주가상승 뒤에 남는 것은 거품의 그림자와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는 질곡이 재현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