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에 ‘말초 면역 관용’ 연구…미국 메리 브런코·프레드 램즈델, 일본 사카구치 시몬 영예
‘면역체계 경비병’ 조절T세포 발견 공로 … 암·자가면역질환 치료법 개발에 기여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관련 발견으로 인체 면역 관련 연구에 기여한 미국의 생명과학자 메리 E. 브렁코, 프레드 램즈델와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에게 돌아갔다. 브렁코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 연구소의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이고, 램즈델은 샌프란시스코의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과학 고문이다. 사카구치는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이들 3명을 선정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은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면역체계의 경비병 ‘조절 T 세포’의 존재를 밝혀냈다. 조절T 세포의 발견은 암과 자가 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기여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올레 캄페 위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겪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암치료에는 자가조절T세포 감소하거나 없어야
제갈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T세포 수용체는 자신에서 유래하는 수용체도 만들어서 자기를 인식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흉선에서 자가인식 T세포를 제거해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와 같은 자가항체에 의한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사카구치는 자가 인식 T세포를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했다. 자가인식 T세포는 CD25를 발현하는데 이 CD25 세포가 존재함을 발견 (regulatory T cell)했다. 이러한 CD25 T세포를 실험군 쥐에 투여하면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론코, 렘스델은 이 발견 유전자 수전(편집, 가위기술)에서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X염섹체에서 FOXP3 유전자(조절세포 T세포의 발달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 인자 단백질)를 발견했다. 이를 희귀유전성 자기면역질환(IPEX) 증후군 환자에서 실증했다.
결론적으로 FOXP3유전자가 CD25 T cell의 성숙에 중요함을 발견하였고 CD25 T세포 (Treg)은 자체 단백을 인식하는 T세포를 억제함을 증명한 것이다.
자가면역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가조절 T세포가 존재하거나 증가해서 자기를 인식하는 T세포를 억제해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암은 자신의 세포가 무한증식하는 성질이 있어 암치료에 있어서는 자가조절T세포가 감소하거나 없어야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태가 환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갈 교수는 “자가조절 T세포 (CD25 T cell)이 발현하는 T세포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정상T 세포에게 발현하게 한다면 난치병으로 알려진 루프스, 1형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T세포를 환자에게서 채취하여, 증폭시킨 후 인위적으로 이러한 수용체를 발현하게 하는 CAR-Treg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현재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평화유지군의 부족 또는 기능장애
이주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기초면역학이 임상의학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시키는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희귀질환 연구가 일반 질환 이해의 돌파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IPEX 증후군은 정확한 통계는 알수 없지만 100만 명당 1명 미만의 극희귀질환이지만, 이 환자들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1형 당뇨병 같은 흔한 자가면역질환의 병인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를 제공했다.
이 발견의 진가는 양방향 중개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데 있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FOXP3+ 조절 T세포를 증강하는 방향으로, 암에서는 종양 미세환경 내 조절 T세포를 억제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을 ‘면역계의 오작동’에서 ‘평화유지군의 부족 또는 기능장애’로 재정의했다”며 “과거에는 면역억제제로 전체 면역계를 억눌렀지만, 이제는 조절 T세포를 증강하거나 이식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 치료할 수 있게 되어, 보다 정교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