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도-무인도 하루 두번 잇는 신비의 바닷길을 걷다
통영 소매물도와 등대섬 연결하는 몽돌해변 …'바다의 보석' 무인도 국민탐사단 모집에 29.3대1 경쟁률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무인도 라이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인도를 버려진 섬이 아닌 생태와 안보, 관광의 보고로 인식하자는 ‘무인도 가치 재발견’이 취지다. 무인도 국민탐사단 운영은 무인도의 관광 가치를 찾는 실험적 프로그램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유로운 캠핑이나 해산물 채취 활동을 허용하는 개발가능 무인도, 하반기엔 각종 행위가 제한되는 준보전 및 절대보전 무인도에서 진행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동안 하반기 국민탐사단이 진행한 통영 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1박2일 탐사 프로그램을 동행 취재했다.
“현재 바다 날씨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어제 1차 탐사대는 파도가 심해 등대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번 탐사대는 날씨에 따라 오늘과 내일 일정을 바꾸겠습니다. 파도가 심하지 않은 오늘 가장 먼바다에 있는 등대섬을 방문하고 내일 돌아오는 길에 가까운 바다의 섬들을 탐방하려 합니다.”
지난달 21일 오후 1시 거제도 대포항. 윤승철 전남대 연구원의 안내에 참가자들 모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한다. ‘섬이음팀’ ‘공주네팀’ ‘보리장팀’ 소속 11명의 참가자들이다. 이번 무인도 라이브 ‘국민탐사단’ 행사는 해양수산부가 후원하고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가 주관한다.
올해 최종 선발 인원은 8팀 28명이었는데 모두 234팀 821명이 신청했다. 지원서류 심사에서 14팀 49명을 선정하고 화상 인터뷰로 28명을 선발했다. 이번에 경주에서 온 ‘공주네팀’ 5명 가운데 3명은 1학년 3학년 6학년 초등학생 자매들이다. 가장 중요한 안전을 위해 탐방 때는 섬에 상륙한 뒤에도 구명조끼를 벗지 않기로 했다.
◆물이 날 때 길이 열린다고 ‘열목개’ = 거제 대포항에서 매물도 등대섬까지는 뱃길로 약 15㎞. 배는 매물도 이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선박으로 상황에 따라 낚시용도 또는 사람들의 이동 등에 이용한다. 1시 15분에 출항한 배가 40분쯤 등대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파도가 높지 않고 썰물때라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이어주는 몽돌 해변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약 80m 길이의 이 몽돌길을 마을 사람들은 물이 날 때 길이 열린다고 해서 ‘열목개’라 부른다. 드론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바람이 강했지만 섬 서쪽 선착장 주변은 파랑이 비교적 잔잔했다. 밀물 때는 열목개 쪽으로 파도가 넘어와 파랑이 심해질 것이다.
소매물도 남측에 있는 등대섬은 해양수산부가 현재 ‘준보전 무인도서’로 관리유형 지정을 추진 중이고,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특정도서’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이 2006년 ‘국가명승’으로 지정했고 2007년엔 문화체육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먼저 경사진 나무계단을 따라 등대섬 꼭대기에 있는 등대로 올라갔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1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은 동남쪽 해안이 급경사 절벽지대다. 대한해협 쪽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직접 맞기 때문에 가파른 해식애(절벽)와 해식동굴이 발달했다.
반면 북서쪽은 대부분 가파르지 않은 경사면이다. 선착장과 마을, 등대 부대시설 모두 섬 서쪽 사면에 위치한다. 등대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천혜의 전망대다. 동남쪽으로 통영 홍도가 빤히 보인다. 지난해 무인도 라이브 행사 때 탐방했던 통영 최남단 무인도다. 우리나라 23개 영해기점 가운데 한곳이다.
등대섬 등대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서둘러 열목개로 내려갔다. 하루 두 번, 2시간 정도만 열리는 몽돌 해변길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유인도인 소매물도와 무인도인 등대섬을 이어주는 곳이다. 동쪽 해변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지만 서쪽 해변은 잔잔하다. 자세히 보니 몽돌의 생김새도 다르다. 동쪽해안 몽돌이 파도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더 둥글게 깎였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오면서는 해안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수거했다.
다시 배를 타고 매물도 서쪽 ‘가익도’로 향했다. 바다 속에서 직벽으로 불쑥 솟아오른 형상의 가익도는 약 7000만년 전 백악기에 분출한 화산의 흔적이다. 5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섬 전체가 화산암의 일종인 ‘안산암’이다. 인천 굴업도 앞바다에 솟아오른 ‘선단여’와 비슷한 구조다.
◆“무인도가 푸득푸득 깨어나는 느낌” = 이날 저녁 매물도에 짐을 풀고 식사를 했다. 해상 날씨가 심상치 않아 뒷풀이는 하지 않고 모두 일찍 잠을 청했다. 풍랑 예비특보가 뜨면 특보가 발효되기 전 새벽에 배를 타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비특보는 뜨지 않았다. 밤새 강한 바람대가 경남에서 전남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22일 오전 8시에 아침밥을 먹고 9시에 배를 탔다. 매물도에서 거제도 남쪽까지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이 없는 외해(먼바다)라 풍랑이 제법 심했다. 높은 파도가 뱃머리(이물)를 넘어 고물 쪽 갑판으로 바닷물을 뿌려댔다. 다들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30분 정도 달려 거제도 연안으로 들어가니 파도가 잦아들었다.
거제도 남쪽의 ‘대덕도’ ‘소덕도’ ‘장사도’를 선상에서 탐방하고 ‘죽도’(통영시 한산면 죽도리)에 정박했다. 이 일대는 연안이라 정기 여객선도 운항하고 있었다. 죽도는 ‘대나무가 많은 섬’이라고 이순신 장군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죽도 선착장에서 산길을 따라 ‘명상바위’에 올라갔다. 넓은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풍경이 아주 좋은 곳이었다. 여기서 간식과 물을 나누어 먹고 주민들이 다니는 산길을 따라 다시 항구로 내려왔다.
‘후박나무’ ‘생달나무’ ‘예덕나무’ ‘동백나무’ 같은 난대성 나무들이 풍성한 오솔길이었다. 마을에 내려오니 노인회장님이 우리 일행을 반기며 시원한 물과 음료를 내놓았다. 죽도에서 다시 거제도 대포항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이번 탐사를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섬이음팀 이정숙씨와 보리장팀 신란숙씨는 각각 “무인도를 직접 방문하며 무인도가 어떤 가치를 가진 곳인지 알게 됐다”, “무인도가 우리나라 국토의 경계이자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임을 알게 됐다”며 무인도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돼 뿌듯해 했다.
공주네팀의 오선녀씨와 보리장팀의 박웅희씨는 “기상에 따라 일정변경이 있었지만 대체 프로그램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좋았다”, “해가 떠오를 때 남해의 많은 무인도들이 푸득푸득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며 무인도 라이브 프로그램에 공감했다.
섬이음팀 권경미씨와 장유림씨는 “무인도는 바다의 보석같다는 느낌이 든다. 매순간 아름답고 소중했고 해양경계와 생태적 가치를 알게 됐다”, “앞으로 무인도의 중요성과 무인도에서 경험한 것들을 많이 알리겠다”고 말했다.
통영 매물도 = 남준기 환경전문리포터
정연근 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