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10년내 9700만개 일자리 대체
미 상원 보고서 “AI 확산이 불평등 키운다” …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경고
보고서는 연방정부 직업정보(O*net) 774개 직종의 세부 업무를 챗GPT-4.1로 평가해 자동화 가능성을 산출했으며, “패스트푸드·카운터 종사자의 89%, 회계사 64%, 대형 트럭 운전사 47%가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73년 이후 노동생산성은 150% 늘고 기업이익은 370% 이상 증가했지만 평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주당 30달러 가까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AI·자동화가 노동시장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코딩을 배우라’고 말할 수 없다. 인공지능노동이 그 코딩 일자리까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체 위험이 높은 직종으로는 고객서비스, 물류 하역, 소매판매, 재고·주문관리, 사무보조, 비서·행정보조 등이 꼽혔다. 간병·간호, 회계보조, 서빙 등 대면 서비스도 절반 안팎의 대체율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결과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기업들은 인공지능노동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 대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감원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은 내부 메시지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몇 년 안에 전체 회사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2년 이후 2만7000명을 감원했다. 같은 해 아마존의 순이익은 592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지난 5년간 7만명을 줄이며 “물류 자동화로 주문 단가가 낮아졌다”고 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2025년에 AI가 상담의 절반 이상을 연결한다”며 수만 명 감원을 위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JP모건체이스는 “향후 5년 내 운영 인력 10% 감소”를 전망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보수는 2700만~3770만달러 수준으로, 근로자 감원과 대조를 이룬다.
테크 업계는 ‘디지털 노동’ 상용화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첫 디지털 노동 플랫폼으로 비용을 낮춘다”고 밝혔으며, 일부 스타트업들은 “사람 고용을 멈추라”는 문구까지 내걸었다. 자율주행 트럭 기업들은 ‘노무비 절감’을 핵심 이점으로 내세우며 “산재보험 없음”, “지속 교육 불필요” 등을 장점으로 들었다. 이는 인간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되는지를 보여준다.
정책 환경도 우려 대상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AI 산업계 인사에게 정책을 맡기고, 주 차원의 AI 규제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술 자문역인 데이비드 색스는 “로봇이 온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론상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구글·오픈AI·앤트로픽과의 계약, 국방부의 2억달러 규모 에이전트형 AI 사업, 일론 머스크의 xAI ‘그록’ 정부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 간부 해임 등 노동 규제 완화도 진행 중으로, 노동자 보호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노동이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도록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핵심 권고 사항은 △주당 32시간 근로 보장(임금 삭감 없음) △대기업 종업원에 최소 20% 지분 배분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45% 배정 △직원 소유 확대를 위한 100억달러 규모 저리 금융 지원 △로봇세 도입 △노조 조직권 강화(PRO법 통과, 카드체크·중립의무·부당노동행위 처벌) △유급 가족·의료휴가 보장 △확정급여형 연금 부활 등이다.
보고서는 “기술의 영향은 선택의 문제”라며 “의회와 국민이 나서 노동자가 AI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보고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소속된 HELP 위원회 민주당 정책팀이 작성한 것으로, “아마 우리 중 누구도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머스크의 발언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초급 사무직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실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