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제약은 의약품 관세에서 제외

2025-10-10 13:00:02 게재

가격 급등·공급난 우려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에서 복제약을 제외하기로 했다. 수개월간의 논의 끝에 관세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복제약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보호무역 기조와 현실적 부작용 사이에서 절충을 택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복제약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상무부 역시 “조사 결과 복제약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온라인을 통해 “10월 1일부터 브랜드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뒤 나온 조정안이다. 당시 복제약 언급이 빠지면서 논란이 있었고, 이후 정부는 제약사들과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관세 시행을 미뤘다.

복제약은 항생제, 심혈관 치료제 등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약의 약 90%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 인도·중국 등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복제약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약값 인상과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자유무역 성향의 테오 머켈 백악관 보건정책 담당자 등은 “복제약에 관세를 매기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일부 품목은 품절 사태까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상무부 일부 관계자들은 “팬데믹 당시처럼 공급망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복제약에도 일정 수준의 관세나 수입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 대선 유세 때 내세웠던 공약과는 방향이 다르다. 그는 당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모든 필수 의약품의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며 복제약 포함한 ‘필수의약품 관세 및 수입제한 단계적 도입’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현재 행정부는 “국내 복제약 생산 기반을 복원하는 보다 다층적 접근 방식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공화당 보호무역주의자들은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릭 스콧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최근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브랜드 의약품뿐 아니라 복제약에도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정부는 관세 외에 다른 형태의 산업 지원책도 검토 중이다. WSJ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복제약 제조시설에 대한 연방 보조금이나 대출 지원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 등과의 관세 협상에서 확보한 일부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데사이 대변인은 “행정부는 복제약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세심하고 다층적인 전략을 실행 중이며, 코로나19 시기처럼 외국 의존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자급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드러낸다.

복제약은 제조단가가 낮고 공급망이 이미 해외에 집중돼 있어, 높은 관세만으로는 미국 내 생산 유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급 의약품 확대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라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복제약을 당장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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