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후속 협상 담판?…2차 한미정상회담 준비 총력
대통령실, 연휴 동안 4차례 연속 회의
다음 주 구윤철-베센트 회동 가능성
이 대통령, 10일 국정자원 현장 방문
‘냉부해’ 정치권 공방과 거리 두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열리게 될 2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총력전에 나섰다. ‘지구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관세 후속 협상과 관련해 이번 회담이 1차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주한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휴 동안의 정치권 공방과 거리를 두며 민생·외교 현안에 집중하는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10일 오전 이 대통령은 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현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었다. 긴 연휴 중간의 ‘샌드위치 평일’인 이날 이 대통령도 휴가를 낸 상태여서 현장 방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국가전산망 복구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신속한 복구를 위해 연휴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근무자들을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추석 연휴중 이어진 이른바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 예능 출연 및 김현지 1부속실장 국감 출석 여부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연휴 중이었던 지난 7일 SNS에 글을 올려 “때로는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국정자원 화재 이후 전산망 마비 상황 와중에 이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점을 문제삼고 있지만 민생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생 집중’의 의지를 밝힌 이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무사히 치르는 것과 함께 이 계기에 열리게 될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 등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특히 지난 8월에 이어 두달 만에 열리게 될 2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은 분주한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만 4차례 회의를 열고 관세 후속 협상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검토했다.
특히 9일 오후 열린 3실장(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회의에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현안을 점검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고 온 김 장관의 보고 내용을 검토한 데 이어 내주 방미하는 구 부총리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에 앞서 고위급 경제 당국자들의 만남이 이뤄질 경우 관세 후속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베센트 장관은 우리나라가 대미 투자와 관련해 요청한 한미통화 스와프 관련 담당자라는 점에서 관세 후속 협상의 키를 쥐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실에선 이번 APEC 계기에 관세 후속 협상을 큰 틀에서라도 타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나온다. 다만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APEC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이 보낸) 수정안에 대한 답은 (미측에서) 추가로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APEC 기간 중에는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후임자와의 한일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실용외교’ 노선과 함께 강대국 사이의 ‘가교외교’ 노선을 언급한 만큼 이번 APEC에서 이같은 노선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국내외 시선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