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전산망 피해규모 발표 ‘오락가락’
먹통 시스템 647→709개 수정
전산망 관리 체계 총체적 부실
2주 지나도록 전체복구율 30%
정부가 9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 피해 규모를 잇달아 번복해 부실 관리 논란을 자초했다. 장애 시스템 수를 647개에서 709개로 정정 발표해 피해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사고 발생 2주가 지난 9일 24시 기준 복구율도 30%를 가까스로 넘어 피해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중단된 정부 전산시스템은 기존 발표한 647개보다 62개 많은 709개로 집계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중대본 회의에 앞서 “통합운영관리시스템(엔탑스·nTOPS) 복구로 전체 장애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엔탑스는 정부 행정전산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지난 2023년 정부 전산망이 사흘간 마비된 사고 이후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번복 사태로 재난 복구의 핵심 시스템조차 이중화 장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정부 전산망 운영 전반에 부실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피해 규모를 번복한 일은 사고 다음 날에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사고 발생 직후 “화재로 직접 피해를 본 시스템은 70개”라고 발표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96개로 수정했다. 이마저도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대전 본원이 관리해 온 전체 시스템 개수를 647개에서 709개로 정정하면서 전소된 시스템 수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중단된 정부 시스템 중 국민 생활과 직결된 1등급 시스템의 숫자도 여러 차례 번복했다. 사고 직후 36개인지 38개인지를 두고 혼선을 빚었는데 최종 확인 결과 40개로 드러났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9일 “화재 피해 때문에 그동안 관제 웹사이트나 기존 자료, 공무원의 기억에 의존해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혼선을 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복구 방식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직접 피해를 본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7-1 전산실에 있던 시스템을 대구 분원으로 옮겨 복원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지만, 열흘 만인 지난 9일에는 일부만 대전 본원에서 복구하겠다고 수정했다. 이재용 국정자원관리원장은 “(일부 시스템은) 대구로 이전해 복구하는 것보다 대전에서 복구하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스템 전체 복구율이 더딘 것이 문제다. 그만큼 국민 불편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일 24시 기준 전체 장애 시스템 709개 중 30%인 214개만 복구됐다. 여전히 495개 시스템이 중단된 상태다. 시스템 이용률이 낮았던 열흘 가까운 추석 연휴라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전산망 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추느라 분주하다.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를 운영 중이고, 경기도는 31개 시·군 전산실의 배터리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충남도는 도와 시·군 누리집을 통한 의료기관 등 안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는 국민신문고를 대체할 온라인 민원 서비스를 10일부터 개시했고, 부산시도 자체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구축해 13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주민 서비스를 중심으로 지자체별 이중화 또는 비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통합 운영의 효율성도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자체 비상 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연휴 기간 재개된 행정망은 국토부의 부동산 서류 발급,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쇼핑, 보건복지부의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교육부 누리집 등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