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여야의 강성행보 자제 위한 제도개혁 필요하다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진영 교체가 10년 단위로 이루어졌으나 문재인정부 때의 윤석열 정권으로의 교체와 윤 정부 때의 이재명정부로의 교체로 10년 주기설은 깨졌다. 박근혜 탄핵으로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섰지만 적폐청산의 장기화는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 때 불발에 그친 사건에 대한 정당한 수사마저 정치보복 프레임을 동원해 여당과 정권을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내란·김건희·채해병의 3대 특검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계엄과 탄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김건희 특검으로 밝혀지고 있는 16개 혐의들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통일교 유착,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게이트, 알선 수재와 뇌물 등 혐의는 지난 정권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묻힌 사건들이다. 제1야당은 극우집단과 완전하게 절연하지 못하면서도 여러 이슈들을 부각시키며 태세 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내란과 탄핵 등으로 유지해 왔던 여권의 야당에 대한 절대 우세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내란종식이라는 ‘절대반지’만으로는 여당의 우월적 지위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정치가 보여주는 극단성과 대결성, 관용과 자제의 실종은 여야 할 것없다. 그러나 야당의 반성과 성찰이 없음에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여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핵에 기댄 여권 절대 우세 흔들리는 조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나”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많이 한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저는 민주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속도나 온도에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최근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집권당이 ‘강경일변도’로 나간다는 일반적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개혁의 방식과 속도에 대한 의견차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강성당원 위주의 당 운영이 중도층과 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 정권 때 결국 윤석열이라는 칼을 적폐수사에 이용했지만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에 의해 정권이 넘어갔다.
현재 민주당을 견인하는 강성기조는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중진들이, 압도적 규정력을 행사하는 강성당원들과 핵심지지층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강성 극우 당원들에 포획되어 좀처럼 중도로의 방향 전환이 녹록치 않은 국민의힘의 상황 변화가 없음에도 지지율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특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야, 진영구도가 일상의 정쟁적 차원으로 환원되어 가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구도가 지속되고 여당의 사법개혁 과정에서 지나치게 법원을 압박하거나, 사법부에 대한 적개심 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면 결코 여권에 유리하지 않다. 지난 5월의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측면에서 반드시 따질 필요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조희대 사퇴’ 이슈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권력이 제도적 자제의 모습을 보이면서 의혹을 조목조목 따져나가고 문제점을 드러내 보인다면 사법부 내에서 오히려 대법원장 사퇴 여론이 나올 수도 있다. 지난 1988년, 1993년 김용철, 김덕주 대법원장 사퇴는 법원 내부의 비판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형태의 정당개혁 필요한 때
정치가 강성으로 치닫는 데는 극단성향의 유튜브와 이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의 유통구조가 있다. 상업적 이익과 정치적 이익이 공생하는 생태계다.
다가올 지방선거나 총선, 대선 등 당의 후보를 정하는 방식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당의 경선 후보 선출 때 권리당원의 비중을 낮추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정당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치가 숨 쉴 공간이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