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00% 관세 놓고 난타전
중국 "책임은 미국에 있다" 보복 가능성 시사 ··· 미국 “대화 열려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11일 성명을 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상무부는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미국이 관세를 실제로 부과한다면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또한 미국이 최근 자국 기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중국산 선박에 부과하는 항만 이용 수수료를 높인 점을 문제 삼았다.
FT는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존슨 전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 담당 분석관은 “시진핑 주석은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급격히 확대하자 강하게 맞대응해 (트럼프의) 체면을 구긴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미국의 과잉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며 “우리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고,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중국에 통화를 요청했지만 미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새로운 통제 조치는 미국과 전 세계의 기술 공급망을 위협하는 것으로,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대화에 열려 있다”며 “중국이 진지하게 임한다면 정상 간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중국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것은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만약 중국이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합리적인 길을 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가로서 유연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이 무역전쟁을 택할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행동할지를 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성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번 공방이 양국 정상이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갖기 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은 지난 5월 제네바에서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잠정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미국이 반도체 규제 강화와 중국 기업 제재를 확대하자 중국이 희토류 통제로 맞받으며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위협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급락했으며, S&P500지수는 2.7%, 나스닥지수는 3.5%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미 국채와 금으로 몰리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6%로 하락했고,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다만, 미국 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대화 의지를 유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불안 심리가 일부 완화됐다. 13일 오전 8시 기준 선물시장에서 S&P500지수는 1.5%, 나스닥지수는 2% 각각 상승하며 소폭 반등세를 보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니시 카브라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양국이 결국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발언은 서로에게 협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