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체매립지 ‘지자체·주민 동의’ 관건
조건 완화해 민간 2곳 응모 ‘성과’
지방선거 앞두고 ‘보안유지’ 갈등
앞서 세차례 실패했던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가 새 국면을 맞았다. 공모 조건을 완화해 진행한 네번째 공모에서 민간 2곳이 신청했다. 다만 최종 결정까지 최대 난관인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13일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협의체(기후에너지환경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부터 5개월간 진행한 이번 4차 공모에 민간 2곳이 응모했다.
앞서 4년여간 진행한 1~3차 공모에 응모한 곳이 없었던 만큼 수도권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체매립지 조성에 새 국민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자협의체의 공모결과 발표 직후 유정복 인천시장은 SNS를 통해 “민선 8기에서 4자협의체를 재가동한 이후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며 “공모 이후 후속 절차가 남아있는데 최선을 다해 매립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모에 민간 2곳이 응모할 수 있었던 것은 4자협의체가 4차 공모에 앞서 응모 조건을 파격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새 공모 조건은 우선 매립지 부지 최소 면적을 3차 공모 기준(90만㎡)보다 작은 50만㎡(매립시설 40만㎡, 부대시설 10만㎡)로 조정했다. 또 기초지자체만 신청할 수 있었던 응모 대상을 개인·법인·단체·마을공동체 등 민간까지 확대하고, 지자체 동의 없이도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1~3차 공모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었던 ‘예정지 주변 주민 50% 이상의 동의’ 조항은 삭제했다.
응모 조건을 완화한 덕분에 민간 2곳의 응모가 있었지만 지금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응모한 부지 2곳이 대체매립지로 적합한지부터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합성이 확인된 부지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공과 주민 보상을 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가장 큰 난관이다.
4차 공모를 진행하며 내건 조건은 △관할 지자체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 지급 △주민편익시설 설치 △주민지원기금 조성 등이다. 매립이 종료되면 토지 소유권을 해당 지자체에 이관하는 조건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 조건은 말 그대로 최소 기준이다. 지자체와 주민 동의 없이 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한 만큼 이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내걸고 새로운 보상 협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도 변수다. 응모 부지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진행하는 시기가 공교롭게 선거 기간과 겹친다. 대상 지역 선거의 최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기간 응모 지역이 공개된다면 보상 협의도 진행하기 전에 들끓는 민심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대상 지자체의 새 단체장·지방의원들 또한 대체매립지 수용 여부를 첫번째 과제로 떠안게 된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 기간 응모 지역에 대한 보안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라며 “만약 대상 지역이 공개된다면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기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선거가 끝난 직후 사실을 알게 되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비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이 모두 순탄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대체매립지 준공까지는 대략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불가피하게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해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인천 서구 주민들과의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인천지역 정치권이 신속한 진행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우(인천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3개 시·도가 대체매립지 부지 주민 동의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모경종(인천 서구병) 의원도 “과거처럼 검토와 협의를 핑계로 시간을 끌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는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을 요구했다. 인천경실련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2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 내에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전담기구 또는 전담 비서관을 신설해 응모 지역 주민 수용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3개 시·도, 여야 정치권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