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희토류 대중국 리스크 재점화

2025-10-13 13:00:03 게재

디스프로슘 등 중국 의존도 100%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 타격 우려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주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지만 미·중간 ‘강대강’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한국도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풍력발전기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전략자원이다. 이 중에서도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은 영구자석 모터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문제는 한국의 희토류 수입구조가 지나치게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희토류 수입 대중국 의존도(중량 기준)는 희토류 금속 79.7%, 희토류 화합물 65.4%에 이른다.

특히 고성능 영구자석의 첨가제로 쓰이는 디스프로슘 터븀 등 중희토류의 경우 사실상 100%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차질 우려를 넘어 국내 첨단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중국정부는 자국내 희토류 광산의 환경오염과 자원안보를 이유로 수출허가 절차를 강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재개를 앞두고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첨단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을 시행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뒤흔든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희토류 수급상황을 밀착 관리하고, 기업들의 원자재 조달경로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재고확보와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희토류 대체 기술과 재활용 기술을 육성할 방침이다.

현재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자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강력한 자석성능을 발휘하는 망간-비스무스(Mn-Bi) 영구자석 제조개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와 생산단가 문제 등으로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수면위에 드러난 셈이다.

전직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화할 경우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비축 전략과 기업간 공동조달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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