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충분한 대화, 최소한의 합의” 실험

2025-10-13 13:00:01 게재

민주노총 등 5개 단체 참여, 사회적대화 플랫폼 15일 출범

합의한 내용만 ‘입법’ 추진 … 기구 법제화 법안 제출해

기존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 합의점 만들어낼지 주목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입법부 주도로 오는 15일 출범한다. 이 사회적 대화는 ‘합의’가 아닌 ‘대화’를 전제로 타협에 나선다는 게 특징이다. 합의에 이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놨다. 다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의가 된 부분만 법제화에 나설 생각이다.

13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오는 15일에 사회적 대화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선언이 예정돼 있다”며 “5개 단체 수장들이 모여 사회적 대화 참여를 선언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선언문에는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는 다짐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회의장 주도의 사회적 대화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5개 단체가 동시에 참여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탈했던 민주노총이 26년만에 대화의 자리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참여 결정은 애초 계획보다 6개월정도 미뤄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내부 동의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실무회의에 2~3개월 정도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3일 민주노총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합의를 강제하지 않는 국회 사회적 대화 플랫폼’에 참여하겠다고 의결했다.

국회의장실은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를 고려하면서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의 한계를 살펴보고 이를 해소할 방법부터 찾았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경사노위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의제를 설정해 반드시 합의를 봐야 하지만 합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는 ‘공익위원’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가 원하는 정책방향대로 가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갈등과 불신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엔 공익위원 제도가 없다”며 “‘충분한 대화, 최소한의 합의’ 원칙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하되 합의를 종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같은 원칙은 ‘경사노위의 강제 합의와 실행’에 따른 민주노총 내부의 ‘들러리’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는 “참여자들이 ‘정부의 합의 종용에 지쳤다’고 하더라”면서도 “경사노위와 경쟁관계이지 않다. 사회적 대화를 행정부 주도로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소한의 합의를 하게 되면 그 합의 결과를 상임위나 정부에 전달하고 입법이 되거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대화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법제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입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를 법제화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안 의원이 법안을 내놓으며 “국회가 사회의 사회·경제의 주요 주체 간의 또는 관련 이해관계당사자 간의 협의·합의·갈등조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사회적대화기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사회적 대화의 결과가 나올 경우엔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장은 이를 공표한 후 상임위에 송부하게 된다. 상임위는 의안을 심사할 때 이 보고서 내용과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또 국회의장은 사회적 대화 결과보고서를 정부와 행정기관 등에 이송할 수 있고 정부 등은 이에 대한 처리결과를 6개월 이내에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 의원은 “기존 제도의 의견수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경제의 주요 주체와 관련 이해관계당사자가 직접 대화하는 ‘사회적 대화’ 제도를 도입하고, 그 숙의와 토론 결과를 입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국회의) 청원 제도는 주로 서면 심사에 그치거나 공청회는 소수의 전문가와 단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주요 사회·경제 주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입법 과정에 참여해 숙의하고 토론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의 복합위기 및 미래문제 대응이 중요해지는 현실 속에서 현행 제도로는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고 복잡한 현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로 인해 주요 사회·경제 주체의 의견을 비롯한 국민의 의사가 입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됐고 20번의 회의를 마친 상태다. 주요 의제로는 첨단 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및 프리랜서의 사회보험 확대 등 2개를 올려놨다. 이외에도 건설 경기 활성화 등 새로운 의제도 추가할 예정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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