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중국 수출 통제 속 희토류 투자로 ‘대박’
합작투자로 공급망 자립 구축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강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 2021년부터 미국 내 희토류 생산시설에 과감히 투자한 결정이 주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GM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내 희토류 자석 생산에 일찍 투자한 것이 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GM은 중국산보다 비싸고 검증이 덜 된 공급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 위험을 감수했지만, 지금은 공급난의 유일한 ‘안전지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희토류 자석의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해외에서 만든 제품까지도 베이징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로 인해 포드 등 경쟁사들은 생산 차질을 겪고 있지만, GM은 2021년부터 공급망 자립에 나서며 이미 대비를 마친 상태다.
GM은 독일의 희토류 제조사 VAC, 미국 최대 광산업체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손잡고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캘리포니아에 공장을 세웠다. VAC 최고경영자(CEO) 에릭 에셴은 “GM이 ‘플랜B가 필요하다’고 먼저 찾아왔을 때 놀랐다”며 “GM은 이미 경쟁사보다 몇 수 앞서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미사일과 전투기 등 방산 자석 수급 안정을 위해 GM의 협력사들을 지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 앤서니 디 스타시오는 “GM이 고객으로 들어오면서 이들 공장이 5~10년 뒤에도 지속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MP 머티리얼즈는 올해 첫 자석공장 상업 생산을 시작하며 GM에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7월 국방부는 MP에 4억달러를 투자했고, GM은 8월 텍사스의 노비온(Noveon)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GM은 1980년대 일본 스미토모와 함께 강력한 희토류 자석을 공동 개발한 원조 기업이지만, 1990년대 값싼 중국산 공세로 시장을 내준 바 있다. 1995년 자회사 마그네퀀치를 매각하며 설비가 중국으로 이전된 것은 미국 산업 공동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GM 글로벌 공급망 책임자 실판 아민은 “공급망 부족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 선제적 투자가 장기적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