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달말 관세협상 최종타결 목표로 물밑협의에 가속도

2025-10-14 13:00:03 게재

국회 기재위 국감 … 구윤철 “미 재무장관 만나도록 하겠다” 국익·실용 협상방침

‘전액 현금투자’ 철회한 미국, 재수정안 제시 … “아직은 수용할만한 수준 아냐”

한국과 미국이 이달 말 관세협상 타결을 목표로 물밑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미 투자 패키지’의 실체를 놓고 양국간 이견이 커 최종타결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14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출국한다. 구 부총리는 15일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한미 재무장관은 이달에만 최소 3차례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까지 관세협상 최종타결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D데이는 10월30일이다. 이 무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참석차 한국을 방문, 이재명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견이 좁혀진다면 양국 정상이 만나 통상협상 합의문에 서명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대미투자 방식과 한국의 외환안전성 확보 방안에 대해 두 나라의 이견이 많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관세협상 어디까지 왔나 = 앞서 두 나라는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예고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익 배분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려면 문서로 만들어 양해각서(MOU)에 서명해야 한다. 협상내용에 따라 양국이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은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에 한미 통화 스와프를 ‘필요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한국 정부는 △외환안정을 위한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어 추석 직전인 지난 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현안을 놓고 협상했다. 이 협의에서 미국은 한국의 수정안에 대한 재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재수정안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이견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은 우리가 수용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차례 추가 협의를 거치면 최종 타결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한미 양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투자 패키지’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협상이 빠르게 진척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관세협상’ 최대관심사 =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한미 관세협상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 답변에 나선 구윤철 부총리는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며 (방미기간 중)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기간 중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과 의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언급한 ‘3500억달러 현금 지불’ 방식으로 최종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임도 재확인했다. 구 부총리는 대미 투자로 3500억달러를 현금 지불하는 방안에 ”감당하기 어렵다“며 ”우리 외환사정에 대해 지난번에 베선트 장관을 충분히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간 쓸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최대 150억~200억 달러“라며 ”이보다 더 투자하려면 외환이 조달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외환이 조달된다고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고 상업적 합리성이 인정된 사업에만 투자하고 회수가 돼야 한다“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초지일관 대출·보증·출자를 섞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결코 이면 합의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투자패키지’는 한미 두 나라가 상생할 수 있는 투자여야 하고, 매건마다 투자당국(한국)이 엄격하게 심사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과 일본 간 ‘이면합의’ 가능성에는 ”관계부처에서 일본 카운터파트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우리에게 답을 안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이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 투자액은 1~2%이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대출 보증’이라는 일본 경제재생상 발언이 보도되면서 이면계약 논란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구 부총리는 ”지난 7월30일 출자·보증·대출을 섞어서 한다고 분명하게 미국과 얘기했다“며 ”일본이 미국과 협의하면서 일본이 그냥 대외적으로는 다 현금으로 내는 것으로 하면서, 미국이 한국한테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액현금투자 주장은 철회”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조현 외교부 장관은 관세협상과 관련 정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조 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와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또 미국이 3500억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섰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를 직접 투자했을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자 “당장 우리에게 외환 문제가 발생하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미국 측에 문제점을 설명했다”며 “미국에서 새로운 대안을 들고 왔고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우리 측에서 금융 패키지와 관련해 지난달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미국 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협상 중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조 장관은 “3500억달러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 설명하니까, 미국이 그중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안을 우리한테 설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미국이 3500억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입장에서 후퇴한 것인가’라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렇다”며 “조금씩 접점이 만들어져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현재 상태에서 다 잘된다고 말은 못 드린다”고도 했다. 미국의 입장이 한 발 물러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한국이 수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관세 후속협의 과정도 설명했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관세협상에서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그러나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조 장관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때는 대미 투자 방식에 직접 투자뿐 아니라 대출과 보증까지 포함됐다며 “그 이후 서명해야 하는 문서에는 전부 현금 투자만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미국과 계속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는 “아마도 경주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진행하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참석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중, 미·중 등의 정상회담은 경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조 장관은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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