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하는데…정부·서울시 ‘엇박자’

2025-10-14 13:00:01 게재

수요억제 vs 공급확대, 연일 충돌

지방선거 앞두고 공방 격화 조짐

서울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 부동산 대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14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연일 정부 부동산 대책에 각을 세우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만으로는 집값 안정은커녕 시장 왜곡만 키울 뿐”이라며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13일에는 조 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이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강남 집값만 자극하는 퇴행적 공급정책”이라고 비판하자 오 시장은 “주택정책 현실도 모르면서 훈수를 두고 남탓만 한다”며 “공급 없이는 시장 안정도, 실수요자 보호도 없다”고 맞받았다.

정부도 서울시와 불협화음을 인정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와 협력이 원활하지 않다”고 시인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7% 올랐다. 성동구 0.78%, 마포구 0.69%, 광진구 0.65% 등 강북 한강 벨트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25개 자치구 모두 오름폭이 커졌다. 연합뉴스

양측의 정책 방향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라는 핵심 기조에서 확연히 갈린다.

정부는 지난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묶었고 추가로 공급대책도 내놨지만 성동·마포·광진 등 한강벨트 주요 지역 집값은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시는 이 같은 수요 억제 중심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통해 공급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 공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담대 상한을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더 낮추는 방안과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규제 수위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구나 행정동 단위 토허제 지정은 서울시 권한이지만 광역 단위의 규제지역 지정은 국토부 소관이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70%에서 40%로 강화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규제지역 확대는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강경 조치가 재산권 침해 논란과 시장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강남 3구 토허제 해제, 재지정 문제로 혼란을 겪은 지 6개월 만에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 증폭 소지는 또 있다. 부동산 대책이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서울 집값 안정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양측 공방이 격화되는 사이 서울 집값은 말 그대로 ‘폭등’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1일 기준(누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상승했다. 마포·성동 등 비강남권에서도 역대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35주째 오름세이며 정부 공급 대책 이후에도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최근엔 상승세가 경기도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전역을 토허제로 묶으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규제를 풀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 간 정책 엇박자가 장기화되면 시장 불안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 집값 문제는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치적 계산을 떠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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