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엔 합의했지만…국조·특검 ‘정쟁 변수’ 남아
여야, 26일 ‘휴일 본회의’ 개최 합의
국힘, ‘김건희 특검’ 특검법 협조 요구
여야가 오는 26일 일요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70여건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장기간 처리되지 못했던 민생법안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여당의 입법독주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던 국민의힘은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하는 대신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국정조사와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 관련 특검 등을 요구, 추후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국정감사 기간 중 휴일인 26일에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동 후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 일정 등을 고려해 26일 오후 4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그동안 합의된 안건 70건을 상정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총 75건이 본회의에 상정돼 계류 중인데, 이중 여야 합의된 안건이 70건”이라면서 “나머지 5건은 (민주당의) 일방 표결로 처리됐기 때문에 추가 논의를 통해 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도서·벽지 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영유아보호법 개정안 등 여야가 합의한 비쟁점 민생법안 70건이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모처럼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협치 분위기가 온전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본회의 합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최근 현안에 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정부여당에 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생법안 처리 합의에 상응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한 국정조사, 무안공항 항공기 참사와 관련한 유족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국정조사 2건 실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야당에서 갑자기 요구를 받아서 좀 더 당내 논의를 거쳐 답을 드리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여기에 ‘양평 공무원 사망 관련 특검 법안’도 정국 긴장도를 높일 변수로 남아 있다. ‘민중기 특검의 강압수사로 인한 양평군 소속 공무원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양평군 공무원 사망과 관련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반인권적 불법 수사 행위가 없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특검을 특검하는 건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면서 “아직 가혹수사가 있었다는 실마리가 없는데 논의하기에는 빠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유 국민의힘 수석부대표는 “메모에 기재된 특검의 회유, 협박, 심야 조사를 봤을 땐 사실상 고문”이라면서 “특검이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은 수사 행태가 자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검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밖에 국민의힘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필요성을 재차 지적했으나 양쪽은 이견만 확인한 채 회동을 마무리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