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4100달러 돌파…세계 금 시장 투자 열기 확산
여전한 미·중 갈등 … 금리 인하·달러 약세에 자금 이동
“안전자산 투자 지속에 5000달러 곧 돌파 전망” 잇달아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100달러(약 575만6000원)를 넘어섰다. 여전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에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귀금속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상승 추세 지속 = 14일 오전 9시 30분 현재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4146.50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일(현지시간) 금 선물 12월물이 전 거래일 대비 3.3% 상승한 온스당 4133달러에 거래를 마친 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 현물 가격 또한 전일 대비 2.3% 오른 온스당 4110.3달러에 장을 마감한 후 현재 4127.35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일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 갈등 우려 완화로 반등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언제라도 고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실제 세계적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56% 상승하며 지난주 처음으로 4000달러를 돌파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온스당 2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금값이 이제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곧 5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달아 나왔다.
영국의 금속 시장 분석 기업 CPM그룹의 제프리 크리스틴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또한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은행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약 713만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질 가격도 최고치 돌파 =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도 1980년의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번 금값 상승세는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금 가격 강세 요인은 ①달러 약세 ②연준 금리인하 기대 ③인플레이션 우려 ④ETF 투자수요 ⑤중앙은행 수요가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달러화는 안전자산 지위 약화 및 재정건전성 우려 등으로 약세 지속. 달러인덱스는 전년 말 108.49에서 13일 99.24로 8.53% 하락했다. 지난달 17일엔 96.67로 10.9% 떨어지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도 높아졌다. 8월 잭슨홀 미팅으로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었고, 실제 연준은 지난달 17일에 0.25%p를 내리고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작년 11월 2.6%에서 올해 5월 6.6%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후 9월 4.7%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면서 실질금리 하락 기대가 증가했다”며 “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의 매력은 감소하고,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금 ETF 투자 수요 증가 =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요 증가도 금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2024년 3분기부터 순매수세로 전환하며 ETF 투자를 주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89톤(2020년대 월간 최대 규모) 상당의 자금이 유입되었으며, 특히 FOMC 회의 이후 4거래일 만에 월간 유입액의 절반 이상(약 45톤)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올해 8월 기준 금 ETF의 금 보유량은 3691톤으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4월 보다 611톤 증가한 수치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의 금 보유량은 동기간 832→978톤으로 145톤 증가했다.
미국의 대규모 국가 부채와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환경 속에서 금값 랠리가 지속되며 금 현물에 투자하는 SPDR 골드 셰어즈 ETF(GLD)가 4410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최근 2주 연속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중앙은행들의 금 투자도 급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제재 위험이 없는 금 매입을 가속화한 것이다. 세계금협회(WGC)의 2025년 서베이에 따르면, 1년 내 금 보유 확대를 계획한 중앙은행은 43%로 전년 대비 14%p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중국은 1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확대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매입을 시사했다.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의 금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 인플레이션 우려, 외환보유액 다각화 움직임 등으로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경기순환적 요인(미국 노동시장 약화, 관세로 인한 글로벌 성장 우려)과 구조적 요인(미국 및 주요국 재정위기, 달러 지위, 연준 독립성 우려, 지정학적 위험)이 모두 금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며 “1년 내 4~5회의 0.25%p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금은 다른 원자재와 달리 모든 시나리오(스태그플레이션, 리플레이션, 골디락스 등)에서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과열 경계해야 = 다만 금 강세를 지지하는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참가자들의 낙관적 편향이 지속될 경우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 가격이 격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금값을 지탱하겠지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금리인하 시기에 안전자산 간 경쟁에서 금이 미국채에 밀릴 가능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안전자산을 구성할 때 금과 더불어 미국채를 일정 부분 병행 투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