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국감 증언 결국 불발

2025-10-14 13:00:02 게재

모두발언 후 ‘묵묵부답’ … 퇴장없이 참고인으로 90분간 현장 지켜

조 “선거법 판결 불신 안타까워, 법관은 판결로 말해” … 15일도 논란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언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국감장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한 뒤 증인 아닌 참고인으로 90분간 자리를 지켰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닫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자리를 떠났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국감 종료 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판결문 이외 따로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

15일 예고된 대법원 현장검증 때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오전 10시 10분쯤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법원장은 관례대로 기관장으로서 준비한 인사말을 했다. 그는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밝혔다.

관례대로 인사말만 한 뒤 자리를 뜰 계획이었으나, 국감장에 앉아 질문을 받으라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요구에 약 1시간 30분간 자리를 지켰다.

다만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정면만 바라본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오전 11시 40분 정회 시간에 자리를 떴다가 12시간 만인 오후 11시 40분쯤 국감장에 복귀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판결 배경과 관련한 개인적 심경과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사적인 만남이 없었다며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조 대법원장은 “많은 위원님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비교적 소상하게 입장을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먼저, 저의 개인적 행적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며 “같은 취지에서 일부 위원님들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서는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선거법 사건과 관련한 논란을 두고 개인적 심경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그러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오랜 법언이 있다. 이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고, 그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판결문에 드러나는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합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면서 “판결문에 기재된 상세한 내용과 미리 제출한 서면 질의에 대한 사법행정적 검토 답변, 그리고 대법원의 일반적 심리구조에 관한 법원행정처장의 답변 등에 의해 재판과 관련한 국민들과 위원님들의 의혹이 일부나마 해소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대법관 다수의견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것이었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천 처장은 특히 ‘소부(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하고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 관련해, 판결문에 기록된 소수의견을 들어 반박했다.

천 처장은 “소수의견에서조차 이 사건은 전합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부의 심리 권한 침해 부분은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며 “즉, 절차적으로 전합에서 심리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위법도 없다는 것을 소수의견도 밝히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대법원 전합이 이 대통령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선고하게 된 경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선고 시기를 두고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했다고 전제한 그는 우선 “소수의견 2명은 ‘선고에 이르기까지 숙성이 덜 된 상태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상세하게 그와 같이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담고, 분명히 존중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판결문을 보면 반대로 다수의견 대법관 10명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고, 우리 헌법과 법률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며 “특히 이 사건은 공소 제기로부터 1심에서 2년 2개월이나 지체됐고, 2심에서도 4개월이 지나 판결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요 쟁점은 복잡하지도 않고 법리적인 평가 부분이 주된 쟁점이어서 대법관들이 빠른 시기에 1심과 원심(2심) 판결문, 공판 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 쟁점 파악에 착수해 모든 서면이 접수되는 대로 바로 검토를 한 다음에 두 차례 전합 기일을 열어 선고를 잡았다’라고 한다”며 “소수의견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다수 대법관이 반박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법리적으로 과연 범죄행위가 성립하느냐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일반적인 전합 판결이 항상 담고 있는 부분이라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도 거듭 “기록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바로 치밀하게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보충의견에 나와 있다”며 “3월 28일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전합 기일인) 4월 22일까지 25일 정도 기간 여유가 있다. 그 기간 대법관님들께서 꼼꼼히 기록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전합에 회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 사건은 기본적으로 전합 사건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법사위원들은 15일 직접 대법원을 찾아 현장검증 하는 형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관련 예산액(1조4000억원 필요) 추산에 대해 대법원장실과 대법관실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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