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시대에 엇박자 정책으로 혼돈

난임치료제 많이 팔렸다고 약가 깎아

2025-10-15 13:00:01 게재

김선민 의원 “전량 수입품인데 공급부족 초래” … 2023년 이후 9차례 공급 이상

초저출생 상황인데 난임치료제가 많이 팔렸다는 이유로 약가가 깎여,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비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는 2020년 27만2000명에서 2024년 23만8000명으로 5년만에 약 3만4000명 감소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도 2020년 0.84명에서 2024년도 0.75명으로 약 0.1명 감소했다. 이러한 와중에 난임 치료로 태어난 출생아는 증가하고 있었다.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난임치료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020년 1만7000명에서 2023년 2만6000명으로 4년만에 889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난임치료로 태어난 출생아 수 증가 배경에는 복지부의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따라 난임시술이 증가한 것이 있다. 2020년 난임시술 진료건수는 88만5000건에서 2024년 129만8000건으로 41만2000건 이상 증가했다.

난임지원 관련 정책이 지속 확대됨에 따라 난임치료제의 국내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난임치료제의 공급 부족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 수입제품인 난임치료제들은 원료 및 제조원 문제와 함께 국내 난임 지원 정책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2023년도부터 공급 중단 또는 부족으로 9차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됐다. 이중 7건이 난임지원사업이 확대된 2024년부터 보고됐다.

이중 일부 제약사들은 난임지원정책에 따라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글로벌 본사를 설득해 난임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공급받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난임치료제 약가 인하’였다. 의약품이 전년 대비 많이 처방되면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작동되기 때문이다.

실제 ‘퍼고베리스 주사제’는 부족한 공급량을 최대한 조달했다. 하지만 2024년 건강보험 청구금액이 2023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9월 건강보험 상한약가가 8만6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개당 5000원이 삭감됐다.

한쪽에서는 합계출산율이 0.75명인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난임지원정책을 추진해 난임치료를 활성화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전량 수입품인 난임치료제가 많이 팔렸다고 약가를 깎아서 공급부족을 초래하는 있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초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난임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난임치료제가 공급부족현상을 겪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많이 팔렸다는 이유로 약가를 깎는다”며 “난임치료제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사용량-약가연동으로 약가가 깎여 공급을 더욱 부족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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