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알츠하이머 정복 나선다
30개국 1800명 대상으로
3년여 임상시험 9월 종료
세마글루타이드 효과 주목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제의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를 입증할 ‘도박’의 결과를 곧 확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당뇨병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알츠하이머병에도 효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루도빅 헬프고트 제품·포트폴리오전략 부사장은 이번 임상시험을 “로또 티켓”이라 표현하며, “위험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회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은 각각 1800명을 대상으로 30개국에서 3년 4개월간 진행됐으며, 올해 9월 종료돼 현재 데이터 분석 단계에 들어갔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타이드 및 유사 약물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번 시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 세계 약 5500만명에 달하는 치매 환자 가운데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치료 수요가 여전히 막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부터 GLP-1 계열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헨난대 신경과학 교수 크리스티안 헐셔는 “리라글루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전신) 초기 연구에서 질병 진행이 늦춰지는 결과가 나오자 노보는 곧바로 대형 임상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치매 분야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결정적인 답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 마틴 랑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세마글루타이드를 2년간 복용한 당뇨병 환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치매 진단 확률이 53% 줄었다”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치”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의 치매 위험이 21~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GLP-1 계열 약물이 뇌 속 과잉 당분으로 인한 염증을 줄여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축적을 늦춘다고 본다. 랑 CSO는 “비만이 있으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약 2배, 당뇨병이 있으면 약 3배로 높아진다”며 “이는 뇌의 대사 조절 이상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신경정신의학 교수 이반 코이체프는 “이 약물들은 전신 염증을 억제하는 강력한 효과가 있으며, 신경 염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GLP-1이 뇌졸중 위험을 줄이거나 인슐린 수치를 조절해 타우 단백질 축적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런던대(UCL) 분자신경생물학 교수 존 하디는 “GLP-1이 알츠하이머를 직접 치료할 가능성은 낮다”며 “뇌혈관 손상을 줄이는 부수 효과로 치매 위험이 낮아질 수는 있다”고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환자의 70% 이상은 뇌혈관 손상을 동반한다.
다만 이번 임상은 이미 뇌 영상에서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질병 발현 이전의 예방 효과만 존재할 경우 “실패”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랑 CSO는 “치매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워낙 커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임상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BMO 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에번 시거먼은 “플라시보 대비 미세한 개선이라도 성공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노보노디스크 주가가 5~10%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