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효과에 예상밖 반도체 수출실적…올해 성장률 전망치 1%대 근접
IMF, 올 7월 0.8%에서 3개월 만에 0.1%p 상향
내년 성장 전망치 1.8% 제시 … “성장궤도 복귀”
9월말 기준 주요IB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 1%
JP모건 0.8→ 0.9% … HSBC 0.7→ 0.9% 상향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IB)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에 근접하고 있다.
한 때 최저 0.5%까지 떨어졌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효과와 견조한 반도체 수출 실적에 힘입어 상향조정 추세다. 다만 미국의 관세전쟁 등 대외불확실성이 높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년엔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 =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0.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전망이었던 지난 7월(0.8%)보다 0.1%p 상향 조정된 것이다. 최근 제시된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각 0.9%)와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1.0%)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 1월(2.0%)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지난 7월과 같은 수치다.
올해 성장률은 최악은 피했고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도 “이는 ‘내년 한국 경제가 잠재 수준의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3.0%)보다 0.2%p 높인 3.2%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는 3.1%로 3개월 전 수치를 유지했다. IMF는 △미국의 관세 인하·유예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재고 조정·무역경로 재편 등을 통해 보여진 경제주체들의 양호한 적응력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전망은 현재 수준의 관세가 지속되고, 미국·중국 간 관세유예 조치가 유예 기한(오는 11월10일)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IMF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 요인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주요 하방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방요인으로는 △무역 불확실성 △이민 제한 정책에 따른 생산성 악화 △재정·금융시장 불안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다만 IMF는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각국이 구조개혁 노력을 가속화하면서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경우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불확실성 완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지역·다자 간 무역협정 확대 △세입 확충·지출 효율화를 통한 재정 여력 회복 △명확한 기준점을 포함한 중기재정 프레임워크 마련 △통화정책 독립성 유지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 등을 권고했다.
◆주요 IB도 성장률 전망치 높여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IB 8개사가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값은 1.0%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각각 0.9%와 1%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8%에서 0.9%로 올려잡았고, HSBC는 0.7%에서 0.9%로 상향했다. JP모건의 경우 올해 7월부터 매달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1%씩 상향 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품목별 관세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첨단제품 수요에 따른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인프라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내수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역대급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7월에는 3개월 연속 100억달러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8월에도 91억5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8월 중 가장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영향도 성장률 전망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추경을 통한 민간 소비 진작이 효과를 내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요 IB 8곳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8%로 전월과 같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미 관세 정책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 등 내수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기관별 편차가 상대적으로 크다.
OECD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해 가장 높게 잡았다. 이어서 △IMF 1.8% △한은 1.6% △아시아개발은행(ADB) 1.6% 등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