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 '노래·사진·요리'로 나눈다

2025-10-15 13:00:02 게재

중랑구 텃밭 옆에서 음악회·전시회

도시농업 가치 공유하고 주민 소통

“맛 좀 보세요. 참 달아요.” “우와~ 상큼하고 시원해요. 하나 더 먹을래요.” “우리 동네에서 주민들이 키운 먹골청실배랍니다.”

추석 연휴 직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구릉산 청남공원. 청남광장 입구에 판을 펼친 주민들이 중랑구 대표 작물인 먹골청실배를 크게 잘라 방문객들에게 내민다. 아직 따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햇살때문인지 달콤한 향과 아삭한 과육이 인기다. 옆에서는 ‘향기 주머니’를 만들고 손수건에 풀잎 염색을 하느라 분주하다. 친환경 곤충 조립, 압화 책갈피 만들기, 짚풀공예 계란 꾸러미 만들기 등 체험관마다 아이들 손을 붙든 주민들로 북적인다. 곧 중랑구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점 아이들이 무대에 오르더니 공연에 이어 개회 선언을 한다.

15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수확의 기쁨을 노래와 연주, 사진과 요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웃과 공유하는 동네잔치를 열었다. 중랑행복도시농업센터와 청남광장 일원에서 지난달 말 열린 ‘제2회 텃밭작은음악회’다. 도시농업 가치를 널리 알리고 주민간 소통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도시농업으로 웃음 짓다’는 부제를 붙였다.

류경기 구청장이 지난달 말 열린 텃밭음악회에서 어린이와 함께 탈곡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중랑행복도시농업센터는 도심 속에서 농업을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도시농업의 이해’ ‘텃밭작물 재배법’ 등 각종 교육과 텃밭 요리교실, 어린이 자연체험학교까지 다양한 교육과 행사를 진행 중이다. 현장 농부학교 등 기수별 과정도 활발하다.

중랑구는 여기에 더해 ‘행복농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힐링하도록 돕는다. 신내1동 1농장과 5농장, 망우3동 2농장과 3농장, 면목3·8동 4농장까지 5곳 모두 인기다. 텃밭과 배나무 각 331구좌와 255구좌를 분양하거나 체험공간으로 제공한다. 올해 485구좌를 분양했는데 2495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특히 행복1농장은 경쟁률이 10대 1에 가깝다.

가을걷이 시기에 맞춘 음악회에서는 ‘사진으로 만나는 도시농부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텃밭과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과정을 순간 포착한 사진 공모전 시상식이 이날 함께 열렸다. 구에서 분양한 먹골청실배가 더욱 탐스럽게 자라도록 아이와 함께 봉지를 씌우는 모습, 아흔 가까운 나이에도 아침저녁으로 텃밭의 고추를 돌보는 할머니, 어린이집 텃밭에서 총각무를 수확해 김치를 담그는 아이들이 ‘별점’을 받았다.

실내악과 대중가요 공연, 도시농업 특강과 14개 체험관이 어우러진 텃밭음악회는 주민 4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경기 가평군에 텃밭을 마련한 신현옥(69·중화동)씨는 “풀도 많고 농사 지을 때는 힘든데 수확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면목동 주민 손유리(36)씨는 “4농장 배나무밭에서 아이와 함께 체험을 하고 있다”며 “아이가 위층에 사는 할머니·할아버지도 챙기고 이웃들 도움을 받다보니 동네에 대한 애정이 날로 커진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내년에는 행복농장을 7곳으로 확대해 보다 많은 주민들이 도심에서 농사를 지으며 풍요로운 삶을 가꿔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그에 앞서 최근에는 행복도시농업센터 누리집을 개설해 각 과정 신청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한편 주민들이 각자의 농사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중랑마을 이장’을 자처한 류경기 구청장은 “중랑구는 공원·녹지가 전체 면적 40%이지만 행복농장에서 주민과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게 큰 복”이라며 “공동체 회복과 주민간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인 도시농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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