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모르쇠’에 의원·피해자들 분통

2025-10-15 00:00:00 게재

“홈플러스 M&A 도와달라” … “대한민국 만만하게 보지 말라”

사재 추가 출연 사실상 거부 … 공정거래위, 강력한 제재 방침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대표)을 향해 MBK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는 등 되레 책임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 회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홈플러스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쥐치의 질의에 “(MBK는) 대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저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라며 “13명의 파트너가 각자 분야를 맡고 있으며 제 담당은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홈플러스 회생신청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책임론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김 회장이 홈플러스 정상화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김 부회장이 앞서 정무위에 나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보고를 했다고 했다. 회생도 보고받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김병주 회장은 왜 ‘관여하지 않았다’로 일관하느냐”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김 회장을 향해 “여러분들이 (M&A를) 금융기법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유동성 문제가 터진다는 것을 알고, 어느 시점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할지 다 시뮬레이션 돌려봤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의 국회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MBK가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는 경영난을 겪다가 올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MBK는 최근 해킹 사태를 일으킨 롯데카드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얼마나 투자됐는지 알 수 없다” = 이날 국감에서는 김 회장과 MBK의 홈플러스 지원 실적과 계획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위해 기존에 증여나 대출 보증 방식으로 지원한 3000억원과 함께 앞으로 최대 2000억원을 추가 증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지원금 3000억원 중 1000억원은 김 회장이 사재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자금 2000억원은 MBK의 운영수익(관리보수 및 성공보수)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증여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수익이 발생해야 시행할 수 있다’라는 조건을 붙여 놨는데 이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과거 3000억원 지원도 증여·보증 등이 혼합돼 있어 현금이 얼마나 투자됐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MBK가 홈플러스에) 처음 400억원을 내놨고 지급 보증도 서고 이자 지급금도 쓰는 등 3000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면서 “김병주 회장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조금 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는 말이 나오고 재산이 14조라고도 하는데, 안하는 걸로 보이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 법인의 가치를 매긴 것 같은데 MBK는 비상장회사이며 유동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며 “주식을 팔아서 유동화해 재산을 만드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추가 지원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무위 국감, 질의에 답하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그동안 뭘 했길래 …” = 김병주 회장의 ‘M&A를 도와달라’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사재 출연이 아니라 M&A만이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는 길이냐’는 질문에 “홈플러스 M&A는 실패하면 안 된다고 보고 꼭 성사시켜야 한다”며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MBK측이 매각이 성사돼야 한다는 당위성만 주장하며 구체적인 방안과 진행 상황을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수 희망자가 있다고 언급한 지 10일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부터 찾는 ‘스토킹 호스’ 방식에서 공개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을 바꾸면서 ‘국감 회피용 기만’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홈플러스는 자금난 등으로 전체 123개 대형마트와 300여개의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정상 영업 중단설까지 돌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달 10일이 인가 전 M&A 마지막 시한인데, 20여일 남은 시점에 공개 모집으로 새로운 인수자를 구할 수 있느냐”며 “알아보니 인수 희망자도 없던데 처음부터 청산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그동안 뭘 했길래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에 M&A를 도와달라고 말하느냐”며 “이는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과는 다른 조치” = 이날 국감에서는 당국이 MBK의 ‘먹튀 논란’과 관련해 “지금과는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MBK에 대해 합법적 범위에서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한다”면서 “MBK가 한국 경제에서 지금까지 누렸던 수익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해서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이의환 위원장과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주 대표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건강한 공적 M&A가 이뤄지고, 입점 점주들에게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해달라”고 간청했다.

이 위원장은 “최소한 올해 2월 발행한 전단채 820억원은 우선 변제해 준다고 약속해놓고 지금껏 지키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돈을 8개월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오늘 김 회장이 국감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과 내용을 듣고 나니 홈플러스에 대해 더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며 “저런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홈플러스는 결국 청산될 것이고,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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