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의 ‘눈에는 눈’ 전략 … 관세전쟁 협상력 키운 3대 축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자유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대대적인 관세 패키지를 꺼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대미 무역적자국에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고율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이를 경제독립(economic independence)의 선언으로 포장했다.
곧바로 대중국 추가 관세 34%가 발표되자 중국 국무원은 4월 4일 미국산 수입품에 동률의 34% 관세를 매기고 일곱개 희토류 품목과 11개 미국 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를 병행했다. 4월 8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84%로 끌어올리면 4월 10일 중국은 이를 겨냥해 희토류 규제 대상을 12개 더 얹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상호 보복은 가속페달을 밟았고 미국이 관세를 145%로 상향하자 중국도 125%로 응수했다. 다행히도 양국은 5월 제네바, 6월 런던, 7월 스톡홀름 협상을 거치며 11월 10일까지 상향 관세의 효력을 정지하는 데 합의했다. 샅바싸움 끝에 출구의 윤곽을 그린 셈이다.
미중 관세전쟁은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을 통해서 타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변화는 중국의 대응 역량과 수단이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보다 정교해졌다는 점이다. 희토류라는 전략 물자를 수출 규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점을 정확히 겨냥했다. 시진핑 주석의 “부당한 강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대외 메시지는 과거의 수세적 방어를 넘어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나타낸다.
희토류 무기화하고 주변국 외교 강화
중국은 다섯가지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 첫째,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은 회피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이 점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중국민에게 납득시키기. 둘째, 중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핵심 주변국가들인 호주 인도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유럽연합(EU) 및 개발도상국가들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기.
셋째, 신속하고 결정적인 맞대응 조치를 취해 중국이 미국의 약점(희토류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넷째, 중국 사회와 정치체제가 고통을 보다 더 잘 감내할 수 있어서 협상이 지연될수록 트럼프가 서둘러 협상을 끝내기를 원하도록 하기. 다섯째, 관세협상을 트럼프 개인의 문제로 삼지 않고 미국에게 적대적이고 화해할 수 없는 신호를 보내지 않아 합의를 진지하게 원한다는 점을 알리기 등이다.
4월 이후 인민일보에는 종셩(鐘聲)이라는 필명의 논설이 10여차례 실렸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시각을 반영하는 이 칼럼은 비판의 화살을 트럼프 개인이 아니라 미국정부에 한정했다. 정상 간 톱다운 해법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읽힌다. 4월 25일 정치국은 처음으로 국제경제무역 투쟁(国际经贸斗争)이라는 용어를 공식 언급했고 국무원 판공실은 ‘미국과의 경제무역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 백서를 내며 협상 명분과 논리를 체계화했다. 시진핑과 최고지도부는 4월과 5월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했고 8월 8~9일 중앙주변공작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대미 리스크의 완충판을 주변외교에서 찾겠다는 신호였다.
대내적으로는 민영부문에 정치적 신뢰를 재부여했다. 시진핑 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런정페이(화웨이) 왕촨푸(비야디·BYD) 레이쥔(샤오미) 량원펑(딥시크) 등 민영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면담했고 4월 30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민영경제촉진법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정부 부채비율이 2024년 88%에 이른다는 현실을 근거로 확장재정 대신 ‘관세전쟁 대응을 위한 재정 여력 비축’이라는 메시지도 병행했다. 민영활력+재정신중의 조합이 외부충격 흡수장치라는 계산법이다.
대미 수출 11% 줄었지만 총수출 3% 증가
현재까지 집계된 수치에 따르면 중국산 대미 평균 관세율은 약 20~51%로 높아졌고 대미 무역은 11% 감소했다. 그러나 아세안 라틴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로의 우회·대체 수출이 늘며 총수출은 3% 증가하고 성장률도 5.3%를 기록했다.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해외직접투자는 상반기 1240억달러에 달했다. 세계 국가의 70%가 미국보다 중국과 더 많은 교역을 한다는 점은 중국이 점차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허브 국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여론의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5개국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15% 개선되고 미국과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하락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중국은 스스로를 다자무역 질서의 수호자로 위치짓고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서 중국은 맞대응 수단의 정밀화, 외교 완충지대의 다변화, 대내외 경제생태계에 대한 정치적 신뢰 공급이라는 세 축을 통해 협상력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