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최후 수단”…부동산 증세카드 억제

2025-10-16 13:00:01 게재

부동산 안정화 대책 속 ‘세제 합리화’ 방안 포함했지만

이재명정부, 세금 통한 집값 안정에는 아직 신중 입장

공급확대·대출제한에 무게 … 지방선거 일정도 큰 변수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규제 등 고강도 수요억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값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부동산 보유세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실제 부동산 세제 카드를 사용하기보다는 ‘정책 메시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정부가 주택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가급적 세제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부동산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출규제 등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정책판단이 설 때 세제 카드를 검토하게 될 것이지만, 그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정책의지 과시용? =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규제지역 확대와 주택 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 차등 적용 등이다.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도 거론됐다. 다만 ‘보유세와 거래세 향후 조정 검토’라는 큰 틀만 공개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더 지속되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언급됐다. 이는 규제 지역 부동산 보유·거래세에 대한 중과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부동산대책 합동브리핑’ 모두발언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흐름 유도, 응능부담(能力負擔·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통해 보유세·거래세 조정, 특정지역 수요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병철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도 “부동산정책 목표가 국민 주거 안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제는 가급적 최후 수단이고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과 시기·순서는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 부동산 정책의 결정권자인 대통령실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부동산의) 안정적인 관리에서 세제가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세제정책이 빠졌지만, 언제든 보유세를 비롯한 부동산세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사용가능한 세제 카드는? =정부는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 대책을 발표해오면서 ‘세금 카드’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섣불리 꺼냈다가 부동산값은 못 잡고 역풍만 거셀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정책의 학습효과라는 분석이다. 임기 초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핵심원인으로도 ‘부동산정책 실패’가 손꼽힌다. 이같은 학습효과 탓에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이른바 한강벨트 중심으로 부동산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 이후 결국 ‘부동산 세제 카드’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선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적인 방안을 선차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세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 요인을 제쳐놓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x0.69x0.60)에 불과하다.

윤석열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80%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커질 수 있다. 가격이 치솟은 일부 고가주택은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불어날 수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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