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증권사 모험자본 핵심 플랫폼 강화”
윤병운 NH증권 사장 “첨단산업 성장·재편 뒷받침”
서정학 IBK증권 사장 “중소벤처 자본시장 접근성↑”
규제 완화·탄력적 인가 심사 등 정책 지원도 필요
증권업계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모험자본 핵심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밝혔다.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과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중심의 기업금융(IB)에서 벗어나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 국민 자산 형성과 국가 경제 선순환을 이루자는 내용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계가 첨단산업 성장·재편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위해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인가·지정 확대와 NCR 위험값 완화, 세제지원 강화 등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유석 회장 “모험자본, 높은 리스크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핵심”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5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최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 개회사에서 “전 세계가 AI(인공지능) 혁명의 한가운데 있는 현재 우리 기업들도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증권업계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생산적 금융은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내년부터는 IMA, 발행어음,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활용해 혁신 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 발표를 한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 역동성 둔화와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 주식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 지속 등으로 인해 생산적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며 “자본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고, 예·적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로 국민 자산형성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첨단기술·벤처기업에 대한 장기 인내자본(모험자본) 공급이 필수적이며, 금융 패러다임을 ‘비생산적’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발행어음·IMA 인가·지정 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참여 기반 마련 △신기술사업금융업 허용 재개 △중기특화증권사 제도 활성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완화 세제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부원장은 “종투사 발행어음·IMA가 모험자본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용 규제를 개편해 모험자본으로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며 “종투사 전체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국내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특히 부동산 관련 운용한도는 2026년엔 15%, 2027년엔 10%로 단계적으로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IMA의 조달금액 한도를 발행어음과 합산해 자기자본 300%로 설정하고, 발행어음은 200%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기업금융 시대 열자 = 두 번째로 발표에 나선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첨단산업 성장·재편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진정한 기업금융의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먼저 윤 사장은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그동안 단기 수익에 치중하며 신성장 산업 투자에 소극적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2024년 기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IB 업무의 48%가 PF 채무보증 중심이었고, 모험자본은 총자산의 2% 수준에 불과했다”며 “미국 대비 신경제 관련 투자 비중도 현저히 낮아 산업혁신의 병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정부는 종투사 확대지정, IMA 도입,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등 제도 기반을 마련했고, 이제 금융투자업은 본연의 ‘기업금융 기능’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첨단산업 내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구조조정 금융을 통해 부실산업을 재편하는 이중의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성장 및 확장기에 자금공백(미싱미들) 해소를 통한 기업 성장 지원이 필요하며, 전통 주력산업의 재생·재활을 통한 산업 재편 등이 필요하다. 윤 사장은 “증권사는 성장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촉진을 위한 투자 친화적 구조를 설계하고, 금융투자업권은 투자자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은 수익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구조적 부실이 심화된 상황으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금융권 실행이 결합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윤 사장은 “그동안 NPL(부실채권), DIP(회생기업 자금대여) 등 구조조정 펀드 특수 금융을 금투업계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야할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M&A 자문, 인수금융 등을 통한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발행어음, IMA 시장 규모 확대에 따라 기업금융 투자 여력이 증가하고, 확대된 자금은 단순 수익추구가 아닌 혁신기업 성장과 산업 재편의 지렛대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됐다.
◆800만 중소기업과 4만개 벤처,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 해야 =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은 ‘중기특화 증권사 운영 현황 및 개선 과제’를 발표하며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의 성과와 향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모험자본 투자 NCR 적용기준 완화, △전용펀드 참여기회 확대 등 실효적 인센티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이용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 육성을 위해 2016년 도입된 제도로 약 10년간 13조원에 달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회사는 2025년 현재 8개로, 도입 이후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총 14조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참여 유인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서 사장은 인센티브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험자본 투자 NCR 적용기준 완화 △중소기업 기업공개(IPO) 주관사 부담 완화 △전용펀드 참여기회 확대 △대출 조건 완화 등 실효적인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약 800만개의 중소기업과 4만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종투사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 해야만 세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도 개산은 모험자본 공급 대상 범위 확대와 NCR 위험값 완화 등이다.
이충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모험자본 공급 대상으로 열거되는 부분만으로는 투자에 한계가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투자 등도 포함한다면 모험자본 생태계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식 하나증권 상무는 “간접투자까지 모험자본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며 “투자하는 부분에 대한 리스크 건전성 완화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정학 사장은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주식에 직접 투자시 NCR은 창투·신기조합 등에 대한 출자와 동일한 위험값 16%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