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 무더기 당원 논란…‘1100만 당원 거품’ 드러나나

2025-10-16 13:00:02 게재

민주당 전수조사, 5만4000명 중복 당원 확인

특검 “국민의힘 통일교 당원 11만명” 논란

거대양당 ‘월 1000원’ 권리당원 250만명

정치학회 “당원 매집 … 사망자 관리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내 경선을 위한 무더기 당원 가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유령 당원’에 대한 논란이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이 전수조사 결과 5만4000명의 중복 당원이 확인되기도 했다.

15일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브리핑을 통해 “전화번호, 주소지, 계좌 등 중복 여부를 검색해서 5만4000명의 중복데이터를 현재 확인했다”면서 “특정 음식점을 중심으로 해서 다수의 당원이 주소지가 돼 있는 사례도 이미 확인됐고 최근에는 어느 지역에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많은 당원들 주소가 이전돼 있는 것들도 확인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입당해야 하는 마지막 시점인 지난 8월에만 새롭게 당원에 가입한 사람이 40만명에 이르고 이에 대해 17개 시도에 위법 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다.

조 총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총선이나 대선보다는 플레이어가 많은 지방선거에서 당원들이 대거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당원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당원들의 경선 참여비율을 꾸준히 높여왔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권리당원의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권리당원의 선택이 경선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돼 출마자들이 ‘당원 모집’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역시 무더기 당원 모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 11만명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입당시켰다는 게 김건희 특검팀의 추정이다.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당원은 2021년에 이미 1000만명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2023년엔 11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3년 519만명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원은 2023년 현재 각각 512만명, 444만명 수준이다. 월 1000원의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은 150만명, 91만명이다.

조 총장은 “일반당원까지 포함해서 당원 숫자가 560만명에 달하고, 당비를 납부했다고 약정한 권리당원이 300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지난달 당비가 인출된 분들이 166만명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정치학회 소속 지병근 조선대 교수팀은 중앙선관위 연구용역보고서인 ‘민주적 정당정치 발전을 위한 정당 운영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유령당원’의 실체를 드러냈다. 이들은 “당비를 내는 당원들 가운데 대부분은 당에 대한 소속감이 높지 않아서 당비를 지속적으로 납부하거나 당내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당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로 가입했던 당원들이 선거 이후 점차 사라지는 양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훈 박사는 우리나라 당원의 유형으로 △오래된 당원 명부에 있는 명단 가운데 당적 유지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누적시켜 온 이름뿐만 당원 △새로 명단에 들어왔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당원으로 가입된 사람들 △오래전 지인의 부탁으로 당원 가입을 허락했지만 사실상 당원으로서의 어떤 활동도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분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당원 폭증이 정당의 풀뿌리 조직이 활성화돼 이뤄진 결과라기보다는 소수 명망가들의 팬덤이 당내 당대표를 포함한 고위 당직자 혹은 공직후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거 직전 당내에 대규모로 유입된 결과”로 해석하면서 “이 과정에서 일종의 ‘매집된 당원’이 등장하게 되고 이것이 이중 당적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고 했다.

민주당 모 관계자는 “팬덤정치에 의한 당원 증가는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며 “지방선거의 경우 당원가입의 상당수가 종이 입당원서다. 출마자나 출마자 캠프에서 최대한 많은 지역내의 지인들을 만나 입당원서를 걷어온다”고 했다.

현재 정당에는 이중 당적자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또 사망자 당적 처리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보고서는 “당원이 사망하더라도 그 가족이 당에 알려주지 않는다면 사망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의 경우 당원 명부를 보면 100세 이상이 4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당의 당원은 후보 경선과 선거에의 참여를 위한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선거 이외의 기간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체계적인 당원 관리 시스템의 구축은 정당조직의 일신을 가져올 출발점인 동시에 공직후보 선출의 공정성을 제고해 선거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적인 정치과정의 토대를 구축한다”고 했다. 이어 “당원명부의 축적과 관리는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기에 이에 대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