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윗물도 아랫물도 ‘뒤숭숭’

2025-10-16 13:00:01 게재

경찰, 강호동 회장 집무실 등 압수수색

농협측 “일방적인 주장으로 의혹 제기”

‘금품지급’ 공약 김충기 조합장도 수사

경찰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금품수수 의혹을 받던 강호동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품제공·해외여행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후 이를 이행한 김충기 중앙농협 조합장도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강 회장, 뇌물수수 혐의 =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 있는 강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철이었던 지난해 1월을 전후해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 이 모씨로부터 1억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그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업체 대표와 강 회장 등을 불러 의혹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기된 의혹은 수사과정에서 소명될 것”이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지만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면서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민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 분류된다.

수사와 관련해선 특가법에 규정된 뇌물죄 적용대상 확대 조항에 따라 농협중앙회 및 그 회원조합의 간부 직원은 형법상 뇌물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따라서 강 회장에게도 재물 수수(수재)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 수수(수뢰) 혐의가 적용됐다.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을 역임하던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25일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돼 3월 11일 취임했다.

◆‘골드바·무료해외여행’ 위법성 확인중 = 같은 날 서울 광진경찰서는 1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중앙농협을 대상으로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의혹에 관한 수사에 최근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충기 조합장이 2023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금 15돈 상당(금배지·금열쇠·금두꺼비 각 5돈) 지급 △조합원 해외 선진지 견학 100% 무료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뒤, 이를 실제로 이행한 것으로 보고 위법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광진서 관계자는 “첩보를 통해 인지한 사건으로, 이달 초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거범죄의 공소시효가 6개월이지만 이번 사안은 공약 이행이 올해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해 시효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조합장은 당선 이후 선거에서 약속한 금 제품 지급과 해외선진지 무료 견학을 추진했고, 골드바 지급과 무료 해외 견학을 진행했다. 무료 해외 견학은 올해 초까지 진행됐으나 현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앙농협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예산 집행이었다며 해명했다. 중앙농협 관계자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책정된 예산”이라며 “계획과 수지예산에 따라 처리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협중앙회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말 3일간 합동감사를 실시했다. 농협중앙회는 김 조합장 당선 이후 한 차례 감사를 진행해 문제없음으로 종결했지만 최근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감사를 다시 진행했다. 감사 결과는 이달 말 조합측에 통보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재걸·박광철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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