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특별한 날은 특별히 아프다

‘이태원’ 3년 … ‘애진이 아빠’의 일기

2025-10-16 17:15:49 게재
특별한 날은 특별히 아프다
신정섭 / 책방 언덕위에, 1만8000원

이태원참사 3주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날’ 자녀를 먼저 앞세웠던 한 아버지가 꼼꼼히 써온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특별한 날은 특별히 아프다’는 3년 전 딸 ‘애진이’와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해야 했던 저자가 참사 직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중 일 년 동안의 기록을 고르고 모은 것이다.

벼락같은 이별에 직면한 아버지는 매일 새벽 일기를 쓰며, 모든 게 그대로인데 딸만 없는 세상을 감내해 나간다.

“애진이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기다린다. 애진이는 집에 없고, 나는 애진이가 없는 집에 있다. 벌건 대낮에도 빛이 들지 않는다. 커튼을 열어도 빛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뿐이다. 나는 이렇게 산다. 그래도 괜찮다. 다 견딜 수 있다. 견디는 건 무게를 버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내 사랑, 내 존재의 이유인 애진이를 놓을 수가 없다. 내 아이를 그리고 또 그린다.”

“애진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는 게 나의 애도 방식”이라는 저자는 “애진이가 슬픔으로 기억되는 건 너무나 아프다”며 “기억이 힘이 될 방법, 슬픔을 삶의 에너지로 바꿀 방법을 아내와 나는 늘 궁리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 일기는 딸을 향한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는 아버지의 사랑, 그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가족·동료·친구, 그리고 타인들을 함께 비춘다. 사회적 참사 유가족이 겪는 고통을 내밀하게 드러내지만, 그 고통이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점도 드러난다. 이 책은 왜 사회적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지, 그런데도 발생했다면 왜 온 사회가 나서서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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