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임시 휴전 합의

2025-10-17 13:00:01 게재

격화된 무력 충돌 일시 중단

수백명 사상 후 긴장 완화 시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치열한 국경 충돌 끝에 48시간 동안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가 파키스탄 시각으로 10월 15일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10시)부터 발효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양국은 며칠간 이어진 교전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뒤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복잡하지만 해결 가능한 현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가겠다”며 휴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측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을 통해 국경 안정과 지역 안보를 도모하겠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도 파키스탄의 요청을 수용해 휴전에 동의했으며 자국 군대에 “상대가 공격하지 않는 한 휴전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지난 10월 11일 아프간군이 동부 낭가르하르주, 팍티아주, 쿠나르주와 동남부 호스트주, 남부 헬만드주 등 최소 6개 국경 지역에서 파키스탄군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파키스탄은 보복 차원에서 대규모 반격에 나섰고 스핀 볼다크와 토르캄 등 전략적 요충지에서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다.

파키스탄군은 이 과정에서 아프간 측 무장세력과 탈레반 정권 인사 2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으며, 자국군도 2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프간 측은 파키스탄군 58명이 사망했고, 자국군 피해는 사망 9명, 부상 16명이라고 발표했다. 양측의 사상자 수는 크게 엇갈리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AFP통신은 파키스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합의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파키스탄군이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와 수도 카불 외곽 지역에 정밀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9일 파키스탄군이 테흐리크-에-탈리반 파키스탄(Tehrik-e-Taliban Pakistan, TTP)의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 영토를 폭격한 데 따른 추가 작전으로 분석된다.

TTP는 파키스탄 내에서 활동하는 무장 분리주의 단체로 파키스탄은 이 조직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은신처를 제공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유엔 보고서와 일부 분석가들도 TTP가 탈레반 정권의 묵인 아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탈레반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며 파키스탄이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고 맞섰다.

스핀 볼다크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교전이 한창이던 날 새벽부터 폭발음과 포격 소리에 잠을 설쳤으며 수십 대의 구급차가 부상자를 인근 칸다하르 병원으로 긴급 이송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칸다하르는 아프가니스탄 최대 도시 중 하나이며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셰이크 하이바툴라 아쿤자다가 거주하는 핵심 지역이다.

이번 휴전 합의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중재 요청이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으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양국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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