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양광 발전단가 중국의 3.3배
미국보다 1.7배 비싸, 해상풍력은 중국의 5.1배
재생에너지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높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고, 송전망 확충과 금융비용 등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어 실제로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높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 장관은 16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제에너지기관 조사에서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 가장 싼 에너지로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오지 않아 재생에너지 요금이 조금 더 비싼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난다고 바로 전력요금 인상으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까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드 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 비용이 기존 화석연료 발전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국가마다 일조량·풍력·인허가조건 등 달라 = 이와 관련,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균등화발전단가(LCOE, 발전비용)는 2014년 kWh당 0.18달러에서 2023년 0.04달러로 77.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육상풍력은 0.18달러에서 0.04달러로, 해상풍력은 0.19달러에서 0.07달러로 각각 66.6%, 63.1% 내려갔다. LCOE는 에너지 자산의 수명기간 동안 평균 발전비용을 측정(사후처리비용 포함)하는 수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4년 기준 지상태양광발전 LCOE는 kWh당 116~136원으로 2020년 대비 6~19% 하락했다. 반면 육상풍력은 20MW급이 2020년 167원에서 2024년 179원으로 6.6%, 40MW급이 2021년 158원에서 2025년 177원으로 7.1% 각각 상승했다. 해상풍력도 2024년 271~300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가별 발전단가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2024년 주요국의 전원별 LCOE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태양광 육상풍력 해상풍력 단가는 모두 글로벌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의 경우 한국은 MWh당 98달러인데 비해 중국 30달러, 미국 57달러였으며 글로벌 평균은 35달러였다. 중국의 3.3배, 미국의 1.7배다.
또 육상풍력은 한국이 126달러로, 중국 30달러의 4.2배, 미국 63달러의 2.0배였다. 글로벌 평균가격은 37달러다. 해상풍력 발전단가는 한국의 경우 300달러로, 중국 59달러의 5.1배, 미국 173달러의 1.7배로 파악됐다. 글로벌 평균가격은 79달러다.
이러한 가격 격차는 단순히 기술력 문제에 국한된 건 아니다. LCOE에는 최초 투자비용과 연료비, 발전량, 발전소 수명, 운영비, 정책반영비 등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국가마다 일조량과 풍량, 인허가 환경이 다르다보니 국가별 비용이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계통안정·송전망 확대·ESS 비용도 고려해야 =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입지제약이 크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우며, 송전망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아 계통 연계 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발전의 경우 주민 수용성 문제와 환경영향평가 지연 등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금융비용이 누적되면서 총사업비가 증가하는 사례가 많다”며 “여기에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 외부 요인도 단가 하락을 더디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히 발전단가만 낮다고 해결과제가 없는게 아니다. 전력계통의 유연성 확보, 송전망 건설, 배전망 보강, 계통운영 비용 등이 뒤따른다. 여기에 간헐적 발전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나 계통안전화 장치,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즉 이러한 인프라 비용은 발전단가에 직접 반영되지 않더라도 결국 전력요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재생에너지 확대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흡수하지 못한 단계”라며 “발전단가뿐 아니라 계통·운영비용까지 고려한 총비용이 낮아져야 진정한 그리드 패리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 35GW(기가와트)에서 2030년 78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4년 10.5%에서 2030년 33%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매년 8.3GW씩 늘어나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됐던 문재인정부 5년 동안에도 매년 3.5GW씩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보급목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