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북이 전한 ‘엇갈린 미국경제’신호…정책 어려워져
미국 경제지 배런스는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 베이지북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미국 경제활동이 대체로 정체됐다고 15일 전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요 둔화와 관세 비용 상승,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인력 재편 부담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신규 채용은 주춤하고 감원은 조금씩 늘어나는 양상이다. 소비는 고소득층이 받쳐주는 반면 중하위 소득층은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며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각 지역 연은 보고를 종합하면 기업들은 새로 뽑기보다 빈자리를 그냥 두는 방식으로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기술·제조 현장에서는 자동화와 AI 전환이 겹치면서 채용이 더욱 신중해졌다.
소비는 상위 소득층의 여행·외식·고가 내구재 지출은 탄탄한 반면, 중하위층은 할인 행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업 투입비용은 관세와 물류비로 다시 오르는 조짐을 보였지만, 모든 기업이 판매가에 전가하지는 못했다. 마진이 얇은 업종은 가격 인상에 신중했고,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완만하다는 평가다.
정부 통계 발표 지연으로 베이지북의 현장 증언이 정책 판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시장은 10월 28~2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연말까지 추가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금리 인하를 이어갈 연준은 세 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고용이 급격히 나빠지진 않았지만 회복 동력은 약해졌고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둘째, 비용은 오르는데 수요가 꺾이면 기업 마진이 더 압박받는다. 셋째,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되면 물가 하락 경로가 흔들릴 수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